-<사랑의 학교> 13화. <무지개 유치원>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미술 전공이었고, 유아교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한 사람이 어떻게 유치원 교사가 되었는가?'에 대한 작은 성공기이다.
오래전에 본 애니메이션 이야기로 시작하려 한다.
참, 그 한 사람은 바로 나다.
상상할 수도 없는 소박한 배경의 요리사가 있다. 요리사 레미는 쥐이기 때문이다.
레미의 프랑스 최고 식당 구스토 요리사 도전기.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소개한다.
시골 쥐 출신이지만 미각과 후각이 발달한 레미는 아무거나 배만 부르면 그만인 다른 쥐들과 다르다. 집주인에게 들켜 탈출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키우게 하는 요리사, 구스토의 책을 급히 챙긴다.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남겨졌을 때 구스토의 영혼이 나타나 아름다운 파리에 있는 구스토 식당으로 인도한다.
현실의 역경을 딛고 인정을 받아낸 레미가 대가로 주어진 빵과 치즈와 포도를 먹으면서 노곤하게 쉬고 있는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내고 난 후의 휴식은 최고의 쉼이고 모든 사람이 바라는 최적이 상태일 것이다.
구스토 식당의 모토는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이다. 이 모토는 최고의 요리사가 쥐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인정을 받게 하는 주요한 가치로 힘을 발휘하며, 우리 모두에게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진실을 떠올리게 한다.
'역시 세상은 위험한 곳이다.'
'인간은 쥐들을 싫어한다.'
'쥐들이 설 땅은 이제 없다.'
모든 영웅들의 여정이 그렇듯이 레미의 길도 험난했다. 레미를 주저앉히려는 외부의 목소리들이 그치지 않았다. 더러운 시궁창 출신, 쥐 요리사를 인정하지 않는 주방장 스키너에게 잡힌 레미가 망연자실하며 갇혀있을 때 구스토의 영혼이 나타나서 하는 대화이다.
"우린 이제 끝났군."
"어째서요? 갇힌 건 나니까 내가 끝난 거죠. 당신은 자유예요."
"난 네 상상만큼 자유로울 수 있어. 너도 그래."
"척하는 건 이제 지겨워요. 쥐인 척하는 것도 사람인 척하는 것도! 당신도 상상일 뿐이죠. 내가 아는 거만 아는! 근데 왜 내게 충고를 하죠? 난 왜 듣는 척하고?"
"척할 필요 없어. 넌 너니까..."
레미가 '척하며 사는 것'이 싫다고 말하는 것은 기회를 잡았지만 쥐라는 이유로 이를 지속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힘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한 존재 부정 후 솟아나는 새로운 힘' 여기에 영웅의 본성이 있다. 레미는 척하기를 그만두고 진짜가 되어 '도전기'를 '성공기'로 완성시킨다.
보는 것이 아는 것이다.
우연히 스쳐 지나간 하나의 장면,
인상, 관심, 호기심, 느낌을 소중히...
한때 러블리함의 대명사였던 맥 라이언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유브 갓 메일>의 한 장면으로 맥 라이언이 자신이 일하는 서점의 어린이 코너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고, 세포 어딘가에 깊숙이 저장되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종이 인형을,
바느질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는
천으로 인형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최초의 내 꿈은 화가였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잊어버린 적도 있었지만,
다시 기억해 낼 때마다 그림은 오랜 친구처럼
다정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신나게 놀아주었다.
대학에서 목가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친구와 같이 목공예 공방을 열었다.
우리 브랜드의 샵을 목표로 머리핀이며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의 나무 액세서리들을 롯데 백화점에 입점하기도 하고 소품샵에 위탁 판매를 하며 입지를 다져갔지만, 운영이 여의치 않아서 당시 벤처 버블에 올라타 웹 디자이너로 취업했고, 콘텐츠 제작 관련 일을 하다가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육아와 병행하기 위해 아동 미술 학원을 운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신문에서 본 손톱 만한 그림에 이끌려 미술 전시회를 보러 갔고, 그 그림은 발도르프 학교 자폐 학생의 그림이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스펙트럼이 방대한 발도르프 교육의 매력에 심취하여 발도르프 교사 교육을 받게 되었고, 발도르프 학교를 세우는 일에 동참하여 초기 학부모가 되었고, 그 학교 부속 유치원 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발도르프 유치원은 그동안 내가 꿈꿔왔지만 현실에서는 닿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한데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그곳에서 하는 일들을 숙련되게 습득한다면 좌절된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뿐만 아니라 이 곳에 모여든 수많은 발도르프 교육을 사랑하고 교사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잡는데에는 혹독한 훈련이 필요했고, 그 훈련에 있어서 내 경우, 어릴 때 부터 좋아하고 계속 해왔던, 돈이 안되고 잡다구리한 일들, 가령 인형 만들기나 뜨게질, 그림 그리기, 종이 접기, 상상, 공상 같은 호작질이 큰 도움이 되었다.
먼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
하늘의 선물입니다
하늘의 선물입니다
일상적으로는 인형극이 아닌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인형극은 부활절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와 같이 특별한 날, 일정한 주기 동안 공연을 했다. 그림형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본을 각색하고, 인형과 소품을 만들고, 작품에 따라서 피리나 실로폰 등의 효과음을 연주하기도 했다.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과 호흡을 맞추어야 해서 준비가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인형은 인간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라나는 아이의 자기 이미지를 키워주고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라푼첼, 라푼첼, 머리카락을 내려라!
크리스마스 특집 인형극 열연 중...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가 너무 많아서 무슨 인형극이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ㅜㅜ
모든 활동들 중에서도 인형극은 아이들에게 인기 최강이었다.
인형극이 시작되면 고요한 정적 속에서 빠져드는 아이들의 모습에 이야기의 힘, 인형의 힘, 판타지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낄 수 있었다.
Mother of the fairy tale
Take me by your silver hand
Sail me on your silver boat
Sail me silently afloat
Mother of the fairy tale
Take me to your shining land
꿈을 이루는 방법 3단계
1. 나도 되고 싶다 -관심, 호기심, 갈망
2. 척하기 -기억, 시도, 노력
3. 진짜 되기 -도약, 해결, 대단원
외부 상황이 준비되고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당장 연결이 안 되더라도, 막막할 때라도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기억하고, 찾고, 발견하고, 시도해 보는 순수한 믿음과 용기가 중요한 것 같다.
아, 그리고 지금의 나는 유치원 교사가 아니다. 세상 일이란 내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 열정을 다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유치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럼, 성공기가 아니지 않냐고? 과연 그럴까?
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 보고
한 떨기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
한순간 시간에서 영원을 보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처럼 작은 성공, 작은 마음 안에 전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작은 성공을 밑천으로 지금 여기의 나는 다음으로 건너가고 있다. 믿음과 용기로 무장한채.
'척하기로 진짜 되기'를 가르쳐준 생쥐 선생님, 레미의 이야기를 끝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