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력수프> Episode #18
동경
모처럼 목욕탕에 갔다가 나오는데 늘 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간판이 오늘따라 눈에 밟혔다.
동경
새로 사귄 동료 이름이다. 동경이는 내 외투에 달린 모자를 씌워주면서 뇌졸중 걸릴 수도 있으니 영하의 날씨에는 꼭 모자를 쓰라고 다정하게, 섬찟하게 말해주었다.
동경
이란 이름을 되뇌다가 동경이란 단어로 유도된 내 인생 여러 가지 동경들이 의식의 표면 위로 솟아올랐다.
동경
이십 대 후반, 뒤늦은 인서울을 하면서 합정에 있는 디자인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늦은 저녁 퇴근길에 수없이 들었던 노래였다. 로모 카메라로 아무거나 마구 찍어대면서. 그때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몰랐으나 알지도 못하면서 찍고 들었던 피사체들과 음악들을, 사람을, 세상을, 난 늘 동경했다.
동경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함
동경
동경한다. 여전히, 아직도, 환상임을 알면서도. 그동안 내가 몰랐던 사려깊은 마음을. 어리석게도, 다행히도.
동경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너에게 어제일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에게 짐이 되긴 싫었어 너처럼 되고픈 마음에
이미 늦어버린 시간들 꿈처럼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실수로 너에겐 부담이 되긴 싫었어 그저 너처럼 되고픈 마음에
동경 | 언니네 이발관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