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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jwa May 05. 2023

끝이 보이지 않는 회색 자수성가의 길

동대문시장 리얼에세이-1



이곳 동대문시장, 그중에서도 오래된 상가의 시장에서 일하다 보면 주변에 있는 상인분들의 연령대가 꽤 높다. 평균적으로 50대 정도는 젊은 층의 사장님들이고 60대부터 ~70대 후반까지 장사를 하고 계시는 사장님들도 많다. 이분들은 보통 70,80년도 20,30대 젊었을 때부터 동대문에 뛰어들어서, 그 당시 높은 경제성장률과 함께 수출이나 내수경제의 큰 호황을 경험했던 분들이시다. 젊었을 적 냉철한 판단력으로 기회를 포착하여 동대문시장이라는 '골드러시'에 진입을 해냈다. (골드러시 : 19세기 서구권에서 상업적 가치가 있는 금이 발견된 지역에 노동자들이 대거 이주하던 현상 - 위키백과-)




이들은 강한 신념과 스스로의 판단력으로 큰 성공을 맛본경험이 있기에 장사를 하는 데 있어서 항상 자신감이 차있다. 70~90년대 동대문유통시장은 주로 생산자중심의 유통시장이었다. 즉 생산된 제품을 적시에 내놓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는 시기이기도 했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과감하게 물건을 주문하여 미리 준비해 놓고 진열하는 것이야말로 영업의 가장 큰 능력이었다. 이러한 능력으로 현재까지 장사를 혼자서 운영해오고 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다. 과거의 수많은 성공으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사업을 더 크게 운영하기 위한 기반이나 인적자원이 필요한 상황이 있었을 텐데, 현재까지 혼자서만 장사를 운영해오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도매매장이지만 연세가 있는 사장님 혼자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혼자서 매장문을 열고 방문고객들을 받아주고 주문을 받고 포장을 하고 물건을 발송한다. 그가 원하는 장사가 이런 것이었을까?




사실 그는 장사를 혼자서 운영하는 이러한 미래를 바라지는 않았다. 과거에는 일이 바쁘다 보니 직원을 써보기도 했다. 공장에 방문하여 발주 관련 상담을 해야 하는데 주문처리까지 밀려있는 상황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을 구해서 주문처리 업무를 맡기기로 했었다. 직원은 처음에 가르쳐준 대로 일처리를 잘해나갔다. 시간이 지나 직원은 에 대해 완벽하게 숙지하였다. 주문처리일을 사장과 직원이 나눠서 하니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또한 사장이 공장에 방문해야 할 때는 매장전반에 관한 일을 직원이 혼자서 맡아할 때도 있었다.




직원은 이제 매장운영의 전문가가 되어 대부분의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사장은 이를 보고 직원을 더욱 신뢰하였다. 사장은 점점 더 많은 일을 직원에게 가르쳐줬다. 거래명세서의 관리, 현금흐름파악, 제품발주등 직원은 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을 거의 대부분 숙지하였다. 시간이 지나 직원이 매장문을 열고 사장이 늦게 출근하였다. 그리고 사장이 문을 닫았다.




어느 날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기존의 거래처인데 1000장 이상구매하면 할인을 적용했었는데 왜 안 해줬느냐는 것이다. 그 거래는 직원이 받은 거래처였다. 사장은 사과를 하고 해당거래처에게 할인을 적용해 줬다. 잠시 후 또 한 번 전화가 왔다. 일본 거래처인데 납품 시 항상 검품을 해줬었는데 왜 안 해줬느냐는 것이다. 이 거래 역시 직원이 처리한 거래였다. 사장은 즉시 사과를 하고 물건을 회수하여 검품소로 다시 보냈다. 사장은 현금을 바꾸려고 현금통을 열었다. 열어보니 항상 만 원짜리 20장의 현금이 들어있었지만 15장밖에 없었다. 사장은 직원에게 물었다. "왜 만 원짜리가 15장 밖에 없는 거지?" 직원이 말했다. "오시기 전에 물건을 팔고 잔돈을 거슬러주면서 오천 원 지폐와 천 원 지폐로 바꿨어요." 사장은 의심이 갔다. 마침 매장 앞에 큰 화물차가 도착했다. 공장에서 발주한 물건이 온 것이었다. 확인해 보니 10가지 제품이 100장씩 주문되어 총 1000개의 수량이었다. 사장은 놀랐고 직원에게 물어봤다. " 왜 이렇게 많이 발주했지?" 직원은 말했다. " 어차피 팔릴물건이라고 생각했어요. "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사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 혼자서 했을 때는 이러한 문제가 없었어.."




문제가 반복되자 매출의 지장이 생기게 되었다. 바빠졌지만 스트레스는 더 생기고 매출은 줄어들었다. 사장은 결단을 했다. 직원 없이 혼자서 편하게 매장을 운영했던 때로 돌아가기로 했다. 혼자서 여유 있게 매장을 운영해도 풍족하게 먹고살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리웠다. 그 후 정중하게 직원을 내보냈다.




사장은 아침에 일찍 나와 매장을 열고 청소를 하고 물건진열을 하고 방문거래처에게 영업하였다. 사장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었고 과거에 자수성가를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스스로의 능력을 통해 더 큰 성공을 하자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사장님들은 자신의 뜻을 직원(다른 사람)에게 설득하거나 협상을 통해 위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과거의 자수성가의 경험으로 인한 신념이 강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말을 듣거나 끌어들여서 뭔가를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결국 모든 것을 혼자서 하는 결단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과거에서부터 발휘되어 온 그분들의 능력자체였기 때문에 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이것이 변한다면 그분들의 성공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결국 그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스스로의 장사의 길로 현재까지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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