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쟁이 짱쓸 Apr 18. 2016

#46. 한 남자와 10년동안 연애하기

함께 만드는 꿈


프로포즈를 마치고 우린 본격적으로 부부가 되어 가는 준비를 시작했다. 연애 당시에는 알콩달콩 달콤하기만 했다면 실제 결혼을 준비하는 남녀는 마냥 달콤할 수만은 없었다.


뭐이리 준비할 것이 많았으며 뭐이리 복잡한지. '스드메'라는 생소한 용어를 매일 입에 올렸으며 새로 사야할 가구와 예단 등등 모든 것이 어려웠다.


아무래도 양쪽의 비용이 드는 문제라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그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와의 분쟁을 막기위해 모든 것을 나에게 맡겼다.


나는 필요한 것들과 지출될 비용들을 메모지에 적어 다녔다. 가장 먼저 우리가 연애때부터 꿈꿔왔던 발리로의 신혼여행을 확정지었다.


둘다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라 그저 신혼여행 패키지로 등장한 발리여행을 택했다. 일주일간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쉬고 싶었다.


아는 지인에게 플래너를 소개 받아 강남 모처에 있는 드레스샵과 메이크업샵, 스튜디오도 결정했다. 오랜 연애를 한 탓인지 우리는 이견없이 척척 결정했다. 결혼식장을 정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오가는 예단과 귀금속. 어르신들이 개입된 문제라 우리 뜻대로 할 순 없었다. 마음 좋으신 시어머니께선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부담을 줄여주셔 흔히들 말하는 기본적인 부분만 챙겼다.


커플링이 없던 우리는 결혼반지를 맞춰 식장에서 나눠 끼기로 했고, 값 비싼 다이아 대신 평소에도 끼고 다닐 수 있는 반지를 택했다. 대신 어머님께서는 나에게 순금 목걸이와 팔찌를 선물해주셨다.


할머니께서는 신혼여행 다음날 시댁으로 보내실 고기와 음식을 준비하셨다. 아무리 간소하게 한다고 해도 어른들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드레스까지 선택을 마쳤다. 일생의 한 번 뿐이라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드레스 컨택이라지만 귀차니즘으로 통했던 그와 나는 드레스투어 없이 플래너가 추천한 드레스샵에서 곧바로 드레스를 골랐다.


워낙 오래 함께 한 연인이었던 터라, 예쁜 것은 예쁘다. 아닌 것은 아니다 라는 솔직한 그의 리뷰 덕분에 우리는 드레스 선택에 크게 애를 먹지 않았다.


생각보다 빨리 착착 진행됐다. 긴 연애에서 결혼까지 이어졌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했다. 드레스와 스튜디오를 고르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까웠나보다 우리는.


평일 중 하루 연차를 내 사진촬영도 여유있게 마쳤다. 비가 살짝 오는 흐린 날씨였지만, 오히려 덥지 않음에 감사하며 예쁘게 촬영했다.


폐백음식, 청첩장 고르기 등 생소한 것이 너무 많았지만 다행히 큰 이견없이 빠르게 잘 해냈다. 복잡한 과정보다는 단지 함께 같은 꿈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좋았다.


결혼 전 미리 동거를 허락하신 아버지 덕분에 집안 가구며 인테리어 등등도 결혼 전에 여유있게 마무리했다. 직장일과 병행하느라 피곤함의 연속이었지만, 덕분에 신혼여행 후 우리는 곧바로 '부부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소박한 집에서의 소박한 시작이지만 그 힘든 과정을 함께 헤쳐왔다는 뿌듯함에 우리는 그저 순간을 즐겼다. 앞으로 그 어떤 고난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감이 샘솟는 시기였다.


결혼 전 부부가 함께 한다는 피부관리, 다이어트 등등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일과 병행하며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고, 준비가 마무리 될 때 마다 그저 기뻤다.


장기 연애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포인트다. 우리가 만들어 온 길고 긴 추억들이 실제 결실을 맺는다는 뿌듯함이 얼마나 큰 지.


10년 연애의 마침표는 그 어느때보다 달콤했으며, 우리는 그렇게 식장에 들어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