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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영교 Apr 26. 2017

7. 담요

#7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
아가에게 담요 하나, 꼭, 만들어 주고 싶어서
목화씨앗을 심고, 꽃이 피길, 솜이 피길,
기다리며 거름을 만들고, 물을 주었다.  


++
목화솜을 수확해, 씨를 뽑았다.
물레를 돌려 실을 잣아, 물에 삶았다.
베틀에 걸어, 직조해서 천을 짰다.
이 작은 담요 하나를 만드는데 꼬박, 10개월이 걸렸다.
아가를 만나는데도 꼭, 10개월이 걸리는 것 처럼.


+++
이 작은 담요를 다 만든 날,
아내에게 한참을 종알거렸다.
다, 다, 다 만들었어,
사실 다,다,다 못 만들 줄 알았는데,
만들면서도 다,다,다 만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걸 다,다,다 만들었어.
나 있지, 더, 더, 더 잘 살고 싶어져. 자꾸. 


++++
네가 발로 차 밀어낸 담요를 끌어다 너의 배를 덮는 여름을 떠올려 본다.
담요를 쓸어 올려 너의 어깨를 덮어주는 새벽을 떠올려 본다.
온종일 불장난으로 담요에 오줌을 저지르는 정월대보름달을 떠올려 본다.
담요에 앉은 먼지를 털어내는 일요일 아침을 떠올려 본다.
밖에서 한참 놀다 들어와 언손을 담요아래 집어넣는 겨울 한 낮을 떠올려 본다.
울 아버지가 그랬듯, 담요를 잘 덮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해본다.


+++++
아가야, 네가 세상에 나 학교에 갈 무렵이 되면
너에게 농사짓는 법을, 실을 잣는 법을, 천을 짜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
이 작은 일이 삶을 얼마나 반짝이게 하는지,
씨앗을 심고 흙을 만드는 일이 세계를 얼마나 환하게 하는지, 
알아갈 수 있게 하고 싶다.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선물 중 하나일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라이너스의담요 #조금까슬하다 #목화농사를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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