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한영교 Apr 26. 2017

10. 젖

#10 이렇게 아버지가 되어간다


+
오늘 밤은 당신의 가슴에서 초유가 나온 밤입니다.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 어머니의 젖 냄새를 기억해보려고 합니다. 
내 몸안으로 밀고 들어왔던 그 첫 방울의 질감을 떠올려보려 합니다. 
두근두근합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
아가는 젖을 먹는다고 합니다. 
바로, 당신의 젖을요. 
잘 믿기지 않습니다. 
젖을 꼴각꼴각 먹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제가요. 
잘 믿기지 않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머니의 품에서 젖을 먹은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
아가는 태어나자마자 젖 냄새를 가장 먼저 맡는다고 합니다.
눈을 뜨기도 전에 어머니의 젖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포유류를 두고 젖 냄새를 기억하(려)는 동물, 이라 부르나 봅니다. 
나도 포유류가 되어야겠습니다. 


++++
고래는 죽기 전 흰 젖을 토하고 죽는다고 합니다. 

한 평생 젖으로 몸을 덥히다 마지막 순간에 흰 젖을 토하고 죽는다지요. 
사람은 죽기 전 괄약근이 풀리면서 속옷을 더럽힌다고 하는데요. 

그 속옷에 아주 조금은 젖이,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저녁입니다. 


+++++
젖이 도는 기분은 어떤가요. 
젖이 차는 느낌은 또 어떤가요. 
마냥 무거운 느낌인가요. 
따뜻한 느낌이 나기도 하나요. 
정말 핑핑하고 도는 느낌이 있나요. 
그 Maade Ssi 느낌의 세계로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오래전에 빠진 젖니 자리가 한참, 시큰합니다. 

오늘 일기장에 초유, 젖을 써놓고 나니 문득 어머니가 보고 싶은 밤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렇게



매거진의 이전글 9. 운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