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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영교 Apr 26. 2017

12. 만삭

#12 이렇게 아버지가 된다 



오늘의 달은 만월입니다. 
오늘의 만삭인 당신처럼요.   


++
오늘 퇴근길에 보름달이 떴습니다. 
아, 달이 너무 밝아, 달의 실핏줄과 혈관이 다 보입니다. 
당신의 둥근 배처럼요. 
이렇게 큰 달을 품고 있는 당신이 둥글어져 가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오늘 집에 가는 길, 걸음이 ,자꾸, 빨라집니다. 


+++  
배가 무거워지는 느낌은 혼자서 수박 한 통을 다 먹은 느낌인지요? 
유방이 커지는 느낌은 구구크러스트를 한 통 다 먹고 살이 찌는 느낌인가요? 
아가가 발로 차는 느낌은 얼음을 통째로 삼킨 느낌인가요? 
그럼, 저 둥근 보름달을 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혼자 걷는 시간이 오면 
전 ,요즘, 당신이, 자꾸, 궁금합니다. 


++++
아직 집에 도착하려면 몇 분 더 가야합니다. 
우리집이 저 보름달 방향이라 그런지 
저 보름달이 우리집같습니다. 
나는 별들의 걸음을 흉내내며 총총총 집으로 갑니다. 


+++++
이제, 그, 순간이 정말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둥근 바다우주에 10개월간 지냈던 아가는 
둥근 달을 손에 쥐고, 별똥별같은 울음을 쏟아내겠지요. 
띵동, 당신이 문을 열기 위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문이 활짝, 
당신이 열리고, 
우리집에도, 
보름달 하나 떠있습니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바다우주가_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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