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눈을 감으면 떠올리기 싫은 잡념이 많아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상상휴지통을 설치하고 생각 하나하나를 휴지통에 버리는 상상을 합니다. 통 속에 잡념을 다 넣고 모두 태워버립니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잡념 처리장치인 상상의 휴지통은 일단 용량이 무한대라 뭐든 담을 수 있고, 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존재감을 zero로 만들어주는 특이한 기능이 있습니다. 상상휴지통에 들어간 잡념과 부정적인 마음들은 내 안에 정보로서 기억되지만 더 이상 내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놀라운 기능입니다.
문제는 상상 속에서의 문제들을 담아낼 수 있는 내구력을 가진 휴지통을 만들어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을 만들기보다는 저용량의 쉬운 것들을 처리하는 책상 위 휴지통부터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을 담아내는 휴지통을 빚어내는 상상을 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종이로 접어서 만들어 보고, 다음에는 철사로, 그다음에는 흙을 구워서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오감을 최대한 발휘해야 합니다. 이렇게 상상하다 보면 처음에는 내 부족한 상상력에 한계를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면 제법 그럴싸하게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잡념을 태우는 불은 더 강하고 실감 나게 만들어야 휴지통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합니다. 나무를 때서 만든 황토 찜질방에 들어갔을 때 몸이 타오를 것 같던 그 뜨거움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모닥불 가까이 앉아서 타오르는 불을 마음속에 담아 놓았다가 필요할 때 꺼내 써도 좋습니다. 뭐든 기억 속에 있던 뜨거운 불을 불러내는 게 중요합니다.
상상휴지통은 흙이나 불을 더 많이 경험하고 느낄수록 더 강력해집니다. 마음의 힘은 몸의 경험과 깊은 관련이 있나 봅니다. 흙으로 만든 휴지통과 뜨거운 불의 위력은 내 상상력과 감성이 풍성해질수록 더 강력해집니다. 더 큰 어려움의 감정과 마음도 담아낼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통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