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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y Jul 13. 2016

[과거]나의 퇴직은, 너 때문이야!

feat. 속시원한 뒷담화


  퇴직 전 나의 직장 생활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가감없이 돌이켜보면 대충 이렇다. 내 것을 지켜내기 위해 관계 속에서 '투쟁'에 가까운 버티기를 해야하는 상황. 가만히 내 방식대로 살고 싶은 나를 자꾸만 '넌 왜 그러니'라고 물어보는 눈빛들. 나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기엔 도저히 허락치 않는 자존심.



  사실 나의 이러한 전쟁같은? 회사 생활은 거의 딱 한 명, 1인으로 인해 빚어진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바로 나와 함께 같은 파트에 있었던 그다. (우리 파트 전체가 달랑 2명이었다.) 입사 첫 날, 그때부터 이미 알아봤어야했다. 마침 내 자리에 티슈가 없기도 했거니와 같은 파트끼리 잘해보자는 의미로 말이라도 걸어볼까 다가가서 내 딴에는 다정다감 예의바른 태도로 "00씨, 바쁘죠- 혹시 티슈있어요? 한 장만 줄 수 있어요?" 물었더니 그 쌩한 표정이란. 이 첫 대면 상황은 바로 그 1인으로 인해 티슈한 장도 내 손으로 뜯으려(?)하지 않는 권위적인 직원으로 재해석 되었고 부서 내에서 첫 이미지로 알려졌다고 한다. 물론 이 사실을 알게 된건 몇 달 뒤였다.(나중에 친해진 선배가 사실 너 처음에 그런 사람인줄 알았다고 했을때, 뒷목 잡고 쓰러지는 줄 알았다.)


 상사 앞에서는 "00님- 이렇지 않아요?" 세상없는 친한 척, 둘이 있을 때는 "잘 모른다"며 쌩뚱맞게 일 넘기기 일쑤, 외부 회의에는 자기도 끼워달라며 뭐라뭐라 이유를 대면서도 막상 좀 맡겨볼라치면 나몰라라(외부에 회의를 가려면 그 업무를 책임지고 맡아야한다는 걸 너는 정말 모르냐! 라고 욕대신 지를뻔했다.), 그 쉬운 몇줄짜리 주간보고 다 적어놓은 거 전달 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여름휴가 다녀왔더니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직접 받으라고 하던데- 휴가 돌아오셔서 주신다고 해서 내내 기다렸어요."


  한마디로 티나는 거 중요한 역할처럼 보이는 거, 그런 거는 자기가 하고 싶지만 그로인해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들은 맡고 싶지 않다는 게 그 1인의 주요 업무적 태도였는데, 거기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좀 티나고 타부서나 외부에서 회의도 하고 담당으로 이름도 올라가고 그런거? )은 내가 다 하고 있으니 샘이 나고, 어떻게든 새로 들어온 나를 욕 들어먹게 하자는 감정적 자세. (아.. 화가 난다... 보고서 한 장도 제대로 쓸 줄 모르면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전무후무한 그만의 최강 스킬이 있는데 나도 나름 직장생활했지만 어떻게 그렇게 앞뒤가 다를 수 있는지.


  앞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척, 뒤에서 아니다 싶으면 완전 쌩- 이 모든 것이 더해져서 나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지인이나 연고도 없이 맡은 파트에서 업무 성과나 이미지를 쌓아가야하는 상황, 나이 차이는 몇 살 안되지만 어쨌든 업무를 지시해야하는 직원과 잡음이 있다는 건 좋을 게 없었고(또 그 1인은 엄청 착한 척?을 하고 있었으므로) 처음 몇달 동안의 나는 정말 그냥 앉아서 바보가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어쩌다가보니 특정인의 뒷담화를 무척 자세하게 늘어놓게 됐다. (그런데 또 써놓으니 뭔가 시원해져서 지우기도 싫다.) 오죽했으면 이런 상황 하나하나가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때 나도 어지간히 참고, 견디고 했던 것 같다. 이 밖에도 상명하복을 중요시하는 기업문화, 미친듯이 술마시고 같이 놀아야 우리는 한 가족 취급을 해주는 회식자리, 어떤 일이든 상황이든 그냥 친한 사람의 말을 믿고 모든 상황을 너무 쉽게 판단해버리는 동료들의 태도.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떻게든 그 '친한 사람' 축에 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미묘한 정치적 행동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솔직히 나는 바로 그 '친한 사람'(?), 좀 더 쉽게 말하면 왠만하면 다 용서가 되는 "내 편"이라는 그룹에 끼지 못했던 것 같다. 워낙 술과는 거리가 멀고 억지로 누구랑 친해지고 뭐 이런 행동을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아마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진심으로 통하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새롭게 옮긴 회사에서는 그 문제의(아...입단속!) 1인 때문에 모든 것이 희한하게 꼬여갔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일련의 일들에 대해서 굳이 변명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던 나 자신의 태도였다.




  일반적으로 퇴직을 결심할 때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도전을 위한 선택, 휴식의 기회, 타의에 의한 강요. 수많은 사연과 상황들이 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다보면 왠지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 모든 불합리와 절망을 모르는 척 바보이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정직하게 돌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분 책임이 나에게도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물론, 사람마다 처지는 다르다.)


  그때 나는 예기치 못한 영악한 공격과 예상보다 더 버거운 업무의 무게에 눌려서 지나치게 방어적이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나 자신을 먼저 열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동료들 입장에서는 실제로는 어마무시하게 못된(!), 하지만 착한 척을 하는 그 직원의 말을 통해서 밖에 나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거다. 그 당시 무엇이 문제인지도 몰랐던 나는 업무적, 관계적인 한계를 매일 느끼면서 퇴근길마다 혼자 눈물을 쏟아냈다.


  이후에는 다행히(!) 나보다 먼저 그 악한(!!) 1인은 퇴사를 했고, 이후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실제 함께 업무를 하고 곁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동료들을 통해서 하나씩 오해를 풀어갔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들은 사실 정해져 있고 네트워크에 한계도 있기 때문에 아마 지금까지도 퇴직한 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여있었을 직장인들(혹은, 사업주)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그들은 오늘을 버티고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이 진짜 멋있어 보인다. 새로운 건 좋다. 신선하고 참신하고 흥미롭다. 쉽고 산뜻하다. 하지만 진짜 성장은 버팀에서 온다고 믿는다. 오래되고 처절한, 조금도 나아질 것 같지 않는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혹은 나 자신을 위해 직업인으로서의 역할을 이어가는 일. 바쁜 아침시간 종종 걸음으로 답답한 사무실로 향하고, 자존심 상해도 웃으며 서류를 내밀고, 혹은 미팅을 잡고, 야근을 하면서도 무언가 더 잘해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나는 진짜 멋져보인다. 그게 진짜 대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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