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매니저의 필수 조건
*작년 12월, DND와 함께 진행한 세미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엔트리 및 주니어 레벨을 대상으로 프로덕트 매니저란 무엇인지 설명했습니다.
프로덕트 매니저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 본 투 비 피엠. 태어날 때부터 프로덕트 매니저의 자질을 갖고 태어난다는 말인데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사지가 오그라드는 줄 알았다. 자존감... 굉장한데?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그 뜻을 알 것 같다. 확실히 프로덕트 매니저의 일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태생부터 타고나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
최근 다수의 IT 회사에서 프로덕트 매니저 직군을 채용 중이다. 직군 설명을 보면 대강 기획자인 것 같은데, 정확히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제품(Product)의 모든 과정을 관리(Managing)하는 사람이다. 전략, 목표 설정, 기획, 개발, 출시 그리고 운영까지 전 과정을 총망라한다. 기획자가 서비스 관점에서 제품 기획을 한다면, 프로덕트 매니저는 제품의 전체를 관장하는 점이 다르다. (프로덕트 매니저, 기획자, 디자이너의 업무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 구분은 별도의 글에서 다뤄보자.)
초기 프로덕트 매니저라는 개념은 비즈니스 측면이 강했다. 제조업이 성행하던 시기에 탄생하여 납기일에 맞춰 공장이 정상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인터넷이 주 산업군으로 자리 잡으며, 프로덕트 매니저의 의미도 달라졌다. 현재 IT 업계에서는 주로 서비스 측면을 지칭한다. (물론 비즈니스, 개발에서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있지만 그들은 주로 Engineering Manager, TPM, BD 또는 직급으로 불리는 추세같다.)
중요한 점은 프로덕트 매니저는 직군이 아닌 직무라는 점이다. 어느 한 분야에 숙련된 고연차자가 업무로서 프로덕트 매니저를 맡는 식이다. 제품에 대해 속속히 알고 있어야 관리가 가능하므로 당연한 치사다. 그러므로 사실 엔트리 및 주니어 레벨의 프로덕트 매니저는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에 대한 리서치 중에 발견한 문장이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고 MBA를 졸업한다? 같은 취지로, 많은 주니어들이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기 위해 고스펙이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을 한다. 어느 회사는 학력을 많이 보니 서성한 밑은 지원하지 말라는 후문을 듣기도 했다.
현업 프로덕트 매니저 중 소위 "엘리트"가 많은 건 사실이다. SKY, 해외 유학파, 석박사 등 고스펙자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부디 사람들이 학력과 지능을 헷갈리지 않길 바란다. 서울대라도 멍청할 수 있고, 고졸이라도 똑똑할 수 있다. 이 사례는 너무나도 많아 나열하는 게 무의미할 지경이다.
가까운 예시로 나와 비슷한 시기에 프로덕트 매니저가 된 분이 있었다. 우선 나의 프로필부터 읊자면, 집 근처 고등학교를 뺑뺑이로 진학했고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분은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에서 문과 관련을 전공했다. 당시 나는 디자인 외 문과스러운 일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그분은 관련 분야에서 몇 년간 종사했었다. 누가 보아도 나에 비해 그분은 엘리트였다. 그러나 현재 나는 카카오뱅크로 이직했지만, 그분은 업무능력 미달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현실이 요구하는 건 고학력이 아니라 고능력이다. 세상은 능력 있는 사람을 내버려 둘 만큼 한가하지 않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방대한 업무 범위만큼이나 다양한 방법론을 사용한다. 리서치, 기획서 작성, 일정 관리, 데이터 측정 등. 날마다 새로운 프로그램들과 아티클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기 위하여 필요한 역량이 무엇일까?
프로덕트 매니저를 설명하는 무수히 많은 표현이 있지만,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진흙탕에 뛰어드는 사람"이다. 대체로 목표는 진흙탕 같이 불편한 곳에 있고, 프로덕트 매니저는 그곳에 기꺼이 뛰어든다. 온갖 수모와 더러운 꼴을 다 보면서도 목표 달성을 위해 걷고 또 걷는다.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반드시 필요한 역량은 바로 이것이다. "제품을 반드시 만들어 내는 것"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예시로, 일정을 JIRA를 지지고 볶아 대시보드를 만들고 개발 툴과 연동하여 관리할 수 있겠지만, 화이트보드에 포스트잇을 붙여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면 당연히 후자를 택할 것이다. 그만큼 스킬은 부가적이다.
제품을 반드시 만들어 낸다는 말은 많은 개념을 내포한다. 우선 집요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작은 것에도 집착하고 질문을 품는다. 간혹 여러 상황으로 인하여 제품 과정이 지연되거나, 제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이때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다른 말로 오너쉽을 갖는다. 주인 의식이 대표적인 꼰대 단어이긴 하나,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필수적이다.
더불어 압박감 앞에 도망가지 말아라.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 광활한 우주에 홀로 던져진 기분을 느껴본 적 있는가. 나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공황장애에 걸리기 딱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가선 안된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상황이나 타인 핑계를 대지 않아야 한다. 압박감에 맞서 싸워라.
마지막으로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쉬운 문장이지만, 생각보다 질문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집단을 이루고 팀으로 근무하는 것이다.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모른다고 인정하고 잘 아는 사람을 찾아서 질문하자.
끝으로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추천 도서다.
1.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 (Link)
딱 개발자와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개발 지식을 다룬다. 쉬운 문장과 예시가 많아 술술 읽힌다.
2. 인스파이어드 (Link)
프로덕트 매니저계의 교과서로 불리는 책이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무엇인지 궁금한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다. (외국 환경에 맞추어 쓰인 책이라 한국 패치는 알아서 장착하자)
3. 로지컬 씽킹 (Link)
프로덕트 매니저의 업무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무수히 많은 정보를 조직화하는 것이다. 이 책은 유명 컨설팅 그룹 '맥킨지'에서 작성한 것으로 정보를 조직화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다 읽을 필요는 없고, 앞에서 반 정도만 읽으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