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르미 Nov 30. 2022

사회초년생의 진지한 질문

이홍기는 어쩜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를까?

최근 무심코 페이스북에 접속했는데 페이스북 갑자기 11년 전 내가 올렸던 게시글을 보여줬다.



당시 <불후의 명곡>에 FT아일랜드가 나와 '신사동 그 사람'을 부르는데, 보컬인 이홍기가 고음을 너무 쉽게 부르는 거다. 그 눈빛과 바이브는 어떻고.


이홍기가 노래에 완전히 스며든 것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던 11년 전의 나. 당시는 홍보대행사 입사 4개월 차. 일에 소질이 있는 건지, 소질이 없다면 재미는 있는 건지, 재미도 없다면 이 일이 나에게 돈은 벌어다 줄 수 있는 건지. 분명한 게 하나도 없 혼돈의 카오스. 게다가 계속되는 자잘한 실수, 다른 사람들 대비 내가 일을 못하는 것 같다는 자괴감까지.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이홍기는 노래를 정말 쉽게 불렀다. 감정 이입도 제대로 하고 있었다.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저 사람은 어려운 노래를 저렇게 몰입해서 잘 부르는구나. 남들이 어려워하는 고음을 쉽게 소화하는 이홍기를 보며 '저게 직업이지', '직업이란 적어도 그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보다 월등하게 잘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나는 내 일을 남들보다 쉽게 할 수 있? 당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10년 후의 나는 남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쉽게 할 수 있을까?




11년이 지났다. 어느새 12년 차 직장인이 된 나는 4번째 회사에 와 있고 그 사이 경험치도 늘었다. 업무 능력도, 일을 대하는 태도도,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들도 모두 11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11년 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질문이 내 머리를 쿵하고 친다. 그 질문이 무겁게 다가온다. 나 좀 귀엽고 오글거리는 사회초년생이었네 하면서 웃고 넘길 질문이 아니다. 인턴 딱지를 막 뗀 시기에 올렸던 페이스북 글은 비록 짧지만 아주 강력한 소울(!)이 담겨있달까. 나 자신 기특하고 안쓰러워ㅠㅠ 어쩌면 난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난 11년을 보내온 건지도.

  

11년 전 나에게 대답해주기 위해 곰곰이 생각했다. 사실은 곰곰이가 아니라 몇 초만에 답을 내렸다.


Q. 남들에겐 어렵지만 나에겐 쉬운 일, 나한테도 있을까. 지금 없음 10년 후엔 있을까?
A. 응 있어! 지금은 없지만 10년 후에 확실히 있어.


물론 아직도 일이 어렵다. 할수록 어렵다. 11년을 넘게 했어도 나에게 잘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해가 지날수록 배워야 할 것들은 어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 내가 이 영역에서 남들보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남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11년 전 불후의 명곡을 보고 그렇게나 진지한 고민을 했던 에게 답해 줄 수 있다. 남들에겐 어렵지만 너에게 쉬운 일이 분명히 있고, 지금의 그 고민들이 결코 헛되지 않 것이라고.


현실의 내가 10년 후 나에게 다시 묻는다.

나는 업무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걸까? 10년 후에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체 무슨 무대였길래?

이홍기 - 신사동 그 사람 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창의력에 대한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