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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밍 May 25. 2022

정말 다시 만났네.

-ㅅ초등학교에서의 재회

ㅅ초등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로 다시 일하게 되었다. 학기 초라 교육청 채용공고를 눈여겨보고 있었고, 작년보다는 조금 이르게 ㅅ학교의 공고가 올라와있었다. 작년의 좋은 기억으로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서류들을 송부했고,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주 3회 한국어 수업을 세 분의 선생님께서 요일별로 분담하게 된 것이다. 나는 월요일 1~2학년 저학년 학급을 담당하게 되었다. 작년에 1학년이었던 친구들이 한국어교실 수업을 신청했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첫날은 출근하는 발걸음이 조금 떨리기까지 했다.  


저 앞에, 똘망이는 눈빛! 젼을 내가 먼저 알아보았다. 

"젼! 잘 지냈어요?" 

갑작스러운 급식실 앞에서의 재회에 젼은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인사도 없이,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인다. 

"형아 됐어요!" 

"아, 2학년 되었어요? 형이 되었구나. 젼, 한국어교실 신청했어요?"

"아니에요. 엄마가 말했어요. 이제 안 해요."

그렇구나. 이제 젼을 한국어교실에서 볼 수는 없겠다. 

"그래요. 젼이 이제 한국어 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선생님이 응원할게요!"


교무실 앞에서는 양갈래 머리를 깡총거리는 유나를 만났다. 정말 운이 좋다. 첫날 작년 친구들을 두 명이나 만나다니. 

"유나!"

유나는 날 알아보지 못하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유나, 한국어 선생님이에요. 잊었어요?"

"아니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유나는 인사성이 밝은 아이다. 

"선생님, 저 이제 2학년이에요."

아이들에게는 형, 언니가 된 것이 가장 큰 일인가 보다. 

반가운 대화 끝에 유나는 다시 양갈래 머리를 총총거리며 교실로 돌아갔다.  


저학년 학급의 첫 수업이라, 수업 시작 십분 전쯤에 1학년 교실 앞에 서 있었다. 1학년 친구들이 한국어교실을 잘 찾지 못할까 걱정되어 몇 번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주십사 담당 선생님께서 부탁했던 터였다.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선생님!!"

복도 끝에서 날 발견하고는 와다다다 뛰어와 안긴다. 폭 안았는데도, 내 허리춤만 안고 있는 것이 미안하여 나도 같이 쪼그리고 앉아 눈을 맞췄다. 나딘이었다. 

"선생님, 오늘 선생님이 한국어교실 해요?"

역시, 나딘은 내가 묻기 전에 먼저 말한다. 

"네, 오늘 월요일은 선생님이 수업해요. 나딘, 한국어교실 신청했어요?"

"네! 선생님. 그런데, 지금 초코파이 먹을 거예요. 잠깐 나가요."

코로나로 급식 외의 취식이 금지되어 있어서 학급 선생님께서 주신 초코파이를 먹으러 친구와 잠깐 학교 밖에 나갔다 온다는 뜻인 것 같았다. 

"나딘, 한국어 교실에 꼭 와요. 십 분 남았어요. 늦으면 안 돼요."

"네, 선생님!"

"늦지 않게 와야 해요. 잊지 말아요. 약속해요."

작년 나딘의 잦은 지각 전적으로 인해 나는 늦지 말 것을 계속 강조했다. 


아, 선생님, 왜 한 입 가지고 두 말해요. 저 꼭 가요. 한국어교실.


이번에도, 나딘에게 꿀밤을 꽁 맞은 느낌이다. 작년에도 나딘은 뜻밖의 말들로 나를 몇 번 놀라게 했었다. 한 입 가지고 두 말하지 말라고? 이런 말은 어디에서 들었을까. 사실, 상황상 아주 적절한 말은 아니었으나 이런 말을 알고 있고, 또 그 말을 그 순간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딘은 에너지가 넘치고 눈치가 빠른 친구라 새삼 못 본 사이 한국어가 엄청 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멍하게 쳐다보는 나를 뒤로하고, 나딘은 친구와 멀어져 갔다.  


나딘의 뒷모습에 웃음이 난다. 분명 힘들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겠지. 1년 동안, 우리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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