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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밍 Aug 29. 2021

씨씨 씨를 뿌리고~

- 쌍자음 학습

오늘은 쌍자음이닷!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그들이 항상 어려워하는 구간이 있다. ㄱ/ㅋ/ㄲ ,ㄷ/ㅌ/ㄸ 등의 구분. 바로 쌍자음 발음이다. 처음에는 이 셋을 처음부터 함께 가르쳤는데, ㄱ와 ㅋ를 구분하는 것, 또 그것과 ㄲ를 구분하여 발음하는 것은 한 차시에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마스크까지 쓰고 있는 지금, 입 모양이 보이지 않으니 시각적인 부분이 차단되는 것 또한 정확한 발음 학습을 어렵게 한다. 


평음/격음(ㄱ/ㅋ 등)을 먼저 가르치고, 자음을 다 배운 후 경음(쌍자음) 5개를 한꺼번에 가르친다. 그리고 이 셋을 모아 다시 구분해본다. 이것이 어느 정도 정돈된 나의 방법이다. 


ㄱ/ㅋ, ㄷ/ㅌ 등을 구분하여 가르칠 때는 발음해 보면서 바람이 나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입술 가까이에 손을 대 보도록 한다. 티슈 한 장을 준비해서 입 앞에 대고 ㄱ/ㅋ 를 발음할 때 나오는 바람의 세기를 눈으로 확인하게 하고, 발음하며 목젖에 손을 대어 목 떨림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학습하고 각각의 자음이 들어간 단어를 발음해보면서 다시 익힌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통하는 건 역시 지저분한 방귀, 똥, 침 이런 이야기인데 (이건 만국 공통인가? 그리고 한국어를 잘 못하는 아이들도 이 단어는 왜 대부분 알고 있는 거지?), 쌍자음 학습하며 역시 빠질 수 없지. 똥~, 끙~, 코딱~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해 주면 다들 깔깔거리며 한참을 웃는다. 그리고 이 날 쉬는 시간에는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라는 정제된 표현 대신 "선생님, 똥!" 이 등장한다. 


쌍자음 카드 5개(ㄲ/ㄸ/ㅃ/ㅆ/ㅉ)를 미리 만들어갔다. 아이들에게 각각 한 세트 5개를 나누어주고(코로나 때문에 개인 교구를 만드는 것도 정말 수고스러운 일이다...) ppt에 쌍자음이 포함되는 단어들의 사진을 미리 준비했다. 코끼리, 토끼, 뿌리, 머리띠, 아빠 이런 단어들이다.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단어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단어도 있다. 머리띠는 마침 나딘이 예쁜 리본 머리띠를 하고 있어서 "이게 머리띠예요."라고 알려주었다. 사진을 보여주며 발음해보고 그 단어에 들어있는 쌍자음이 무엇인지 각자의 카드에서 찾아보는 게임이다. 집중 시간이 짧은 젼도 다행히 열심히 참여했다.


2교시 활동 시간에는 색종이로 코'끼'리를 접었다. 지난번 'ㅌ'를 배울 때 접었던 토'끼'도 소환했다. 아이들은 다양한 코끼리들을 만들어냈다. 나딘의 동물들은 모두 예쁜 눈썹을 가졌다. 각자 만든 코끼리에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수수의 파란 코끼리>


이제 노래를 불러보자! (이 노래를 위해서 선생님은 율동도 연습했단다) 


"자, 이제 노래를 배울 거예요."

"노래요? 나비야?" 

아이들은 지난번 배운 나비야를 떠올렸다. 

"아니에요. 오늘 우리 ㄲ, ㄸ, ㅃ, ㅆ, ㅉ 배웠어요. 이 노래에 이 발음이 많이 나와요."

'씨앗' 노래 가사를 처음 봤을 때, 아! 이건 정말 쌍자음 학습에 딱이다, 싶었다. 쌍자음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동요가 있을까?  가사를 나누어주고 먼저 쌍자음을 찾아 동그라미를 치도록 했다. 씨앗 노래를 틀어놓고 어제 아들 앞에서 연습했던 대망의 율동을 같이하며 아이들과 신나게 불렀다.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아이들의 또 해요, 또 해요!! 요청이 이어졌다. 

<선생님! 또 해요! - 수수, 유나, 나딘>

                                            

젼은 참여하지 않았다. 남자아이들이 율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야심 차게 준비한 나의 신나는 몸짓을 헛헛한 표정으로 보고만 있는 젼을 보자니 약간 슬펐다. 젼은 종이접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번 토끼를 접을 때에도 대충 접고는(구겼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마저도 집으로 돌아갈 때는 소중히 쥐고 가는 친구들과는 달리 내 자리에 휙! 집어던지고 가버렸다. 오늘도 아마 젼의 코끼리는 비슷한 운명일 것이다. 


아이들은 돌림노래처럼 "씨씨 씨를 뿌리고~"를 흥얼거리며 하교했다. 젼은 역시 내 자리에 코끼리라고 할 수 없는 무언가를 휙 놓고는 날쌔게 뛰어 나갔다. 교실에서, 도서관에서 뛰지 않기를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하교할 때는 가장 날쌘 동작으로 없어진다. 


쌍자음 학습은 무사히 끝났지만, 젼을 어떻게 수업에 끝까지 참여시킬까가 숙제로 남았다. 고민이다. 


[커버이미지: '씨앗' 노래가사 - 대충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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