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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n Yeo Jul 30. 2024

판소리 전승 유파를 보면서 든 단상 - 서양음악과 국악

<[국악 2] 판소리 전승 유파를 보면서 든 단상 - 서양음악과 국악의 차이: 음악가 역할, 역사 서술방식, 악보 기보법>



출처: 김영운. 국악개론. 경기도: 음악세계, 2020. 255페이지


I. 들어가며: 국악의 연주자 계보 서술은 서양음악사 서술의 전형적인 작곡가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도움을 줄까?


국악의 연주자 서술 예시: 판소리 전승 유파


다음 학기 국악 수업을 듣기에 앞서 예습 차 판소리 이론 보는데 전형적인 서양음악과 비교되는 흥미로운 점이 확인되었다.

국악개론에 따르면 "<흥보가>는 송홍록으로부터 송광록, 송우룡, 송만갑에 이어지는 동편제가 김정문, 박녹주, 강도근에 전승됐다"는 식으로 전승 유파에 대한 기록이 아주 많다.

물론 서양 음악도 양식의 계승과 발달을 근거로 주욱 이어지는 계보를 만들 수 있다. 현행 서양 음악사는 작곡가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하기에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 식의 한 악파 내에서의 전승을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작곡가를 중심으로 한 서양 음악사 서술 때문일까? 앞서 얘기한 판소리 유파와 같은 '연주자 및 가창자'에 관한 얘기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2. 서양음악 작곡가 중심 서술 문제점: 음악에 있어 사회적 상호작용으로서의 공연 도외시

나는 음악 실제에 있어서 작곡가 못지않게 가창자, 연주자, 감상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작곡가가 만든 작품도 결국 연주자에 의해 소리로 드러나고 그것을 감상자가 공연에서 감상하고 반응해야 음악의 의미가 완결되기에다. 따라서 서양 음악사도 연주자, 가창자 등의 역할도 중요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악의 판소리 유파 가창자를 보면서 앞으로 새롭게 서술할 '연주자도 적극적으로 반영된 서양음악사'의 모범적인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내가 오류를 범했다는 결론을 냈다. 국악의 가창자를 서양 음악에 있어서 전문 연주자와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II. 본론

1. 문화권에 따라서 수행하는 음악가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다른가?

서양 음악에선 직업 음악가는 완결된 하나의 작품을 작곡하는 전문 작곡가와 그것을 해석하는 연주자가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 민간에선 전통적으로 작곡가, 연주자와 1대1 대응할 역할은 없다. 판소리는 문학과 곡조가 결합해서 자연 발생한 뒤 전승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형, 삽입, 삭제를 통해서 일어나는 변화가 창작과 연주를 대신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국악에서의 가창자는 '곡의 구성'이라는 면에서 작곡가의 역할, 공연이라는 연주자의 역할을 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물론 이때의 곡의 구성은 서양음악의 '작곡'과는 매우 다른 행위이다.

결국 국악의 가창자와 서양의 작곡가, 연주자의 역할은 결코 대응하기 힘들고, 각 문화권마다 음악가가 수행한 역할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서양음악사에 있어서 연주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새로운 서술의 참고점으로 국악의 판소리 가창자 계보 기록을 보는 것이 맞나 싶은 의문이 들었다.​




2. 서양음악이나 국악이나 '악보 중심주의'에서 못 벗어나는 듯하다.

서양 음악에 있어서 작곡가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들이 작품을 생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때 작품이라는 것은 악보의 형태로 객관적으로 드러난다. 음악사가 학문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사료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작품이 드러난 악보이기에 특별히 작품과 작곡가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 음악 실제에 있어서 작품도 소리로 나타나고, 공연의 형태로 관객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해야 음악적인 의미를 완성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해서 연주자도 음악사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된다고 얘기한 것이다.

하지만 국악에서 가창자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그 가창자가 '공연'의 형태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어서 같진 않다. 가창자가 관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음악적 의미를 만들어나가는가를 주목하기 보다는 전승 계보에 따라 판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변형, 삭제, 삽입이 일어났는가를 객관적으로 '레퍼토리'를 전달해줄 사람이기에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 판소리를 공연할 마당에서의 가창자를 수요한 게 아니라, 녹음실에서 음원으로 기록되고 오선지에 채보하는 데 노래 불러줄 가창자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결국 서양 음악과 같이 음악의 청사진으로서의 미리 기술되는 작곡된 악보의 형태가 아닐지라도, 국악 역시 '악보 산출자'로서 가창자가 역할했기에 강조됐던 것이다. 물론 국악에선 연주 사전적 기보로서의 작곡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연주를 받아적어서 구성하는 기술적 기보일지라도 말이다.



III. 나가며: 국악의 연주자 계보 서술은 서양음악사 서술의 전형적인 작곡가 중심주의와 그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

즉 서양음악계에서 작곡가를 강조하는 것이나, 국악에서 가창자를 주목사는 것이나 '곡을 구성하는 사람'으로서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서양음악계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으로서의 공연을 하는 사람'을 재평가 하고자 연주자를 적극적으로 음악사의 주인공으로 반영하기 위해 국악에서의 가창자를 참조하는 것은 그 취지와는 좀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

단행본

김영운. 국악개론. 경기도: 음악세계, 2020.

Harper-Scott, J. P. E. 음악학개론. 경기도: 음악세계, 2014.

김희선. 문화의 시각으로 음악을 보다. 서울: 띠움, 2020.

학술논문

서정은. "한국 전통기보체계의 음악문자학 기초연구:: 서양 전통기보체계와의 비교고찰." 음악이론연구 39.- (2022): 3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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