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월 달리기 평가
2022년을 시작한 지 1달이 된 오늘은 1월 마지막 날.
그런데 내일 2월 1일은 음력으로 1월 1일, 새해 인사를 다시 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면서도, 음력설로 인해 다시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 보면 감사한 일이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여러 계획들이 한 달을 지나 평가해 보면 잘 하고 있던 것도 있지만, 계획만 했지 전혀 실행하지 못하는 것도 생각보다 꽤 많다. 그래서 음력으로 2022년을 다시 시작하는 지금,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고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감사의 이유이다.
2022년을 시작하면서 올 한해 2500km를 달리자고 마음 먹었다. 2500km면 한달에 200~250km 정도를 뛰면 달성할 수 있는 거리이고, 1주일에 40~50km를 달려야 하는 거리이다. 혼자 하기에는 꽤 부담되는 거리이지만, 1월부터 런콥 이라는 러닝 클래스(단순한 동호회는 아니고, 지역별로 코치님이 계셔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러닝 아카데미 같은 곳이다) 에 가입하여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19년 초까지 약 5년동안 유료로 진행하는 러닝 교실에 가입하여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여 일취월장하는 실력을 18년에 달성할 수 있었고, 나의 베스트 10km, 하프, 풀코스 최고 기록은 모두 2018년에 달성할 수 있었다.
일단 함께 달리기를 하게 되면, 장거리를 뛰는데 필요한 급수가 해결이 된다. 급수란, 달리면서 필요한 물을 필요할 때 공급 받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 가면 빠르게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확실히 장거리 훈련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할 때 거리도 늘고 속도가 빨라진다. 내가 가입한 주 2회 훈련은 평일에는 지역별로 본인이 희망하는 곳에서 훈련할 수 있고(나 같은 경우에는 회사 근처인 ‘망원 유수지 체육공원’에서 화요일 저녁에 훈련을 한다) 토요일에는 잠실보조경기장에서 합동 단체 훈련을 한다.
장거리 훈련에서 빌드업 이라는 용어가 있다. 점증강화 라고도 하는데, 처음에는 천천히 뛰다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절대로 이전 속도보다 늦어지면 안된다.
22년 1월 31일 이자 21년 음력으로 한해 마지막 날. 부모님 댁은 주문한 선물을 찾아서 가야 하기 때문에 오전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같은 동네에 사는 ‘밧데리 형’과 사전에 약속을 잡고 아침 7시에 만나기로 했다. 작년에 트레일 러닝을 하면서 밧데리형과 참 많은 곳을 함께 달렸는데, 작년 11월 오들로 대회 때 뵙고 정말 오랜만에 약속을 잡고 만날 수 있었다. 밧데리형은 항상 꾸준하게 달리기를 실천하시고, 최근 직장에 강동에서 하남으로 이사를 가셨는데, 강동에서는 올림픽 공원에서 달리기 코스를 만드셔서 운동하시고, 요즘은 하남 미사리 뚝방길을 코스 삼아 달리고 계신 찐 러너 이시다.
7시에 만나기로 약속 한 정릉역까지 우리 집에서 약 2km가 넘기 때문에 15분 전에 집에서 출발해서 워밍업으로 달리면서 갔다. 날씨가 추울 것으로 예상하여 상의는 러닝 긴발 셔츠와 얇은 베스트(조끼), 그리고 바람막이 자켓을 입었고, 바지는 레깅스와 반바지 대신 기모 긴 바지를 입었다. 넥워머와 더불어 얼마전에 러닝 클래스에서 받은 데상트 퓨전 라이드 마스크를 추가로 준비했고, 뉴발란스 비니와 기모 장갑도 함께 준비했다. 러닝화는 오늘 한양 도성 길도 일부 뛸 예정이여서 호카 마크4보다는 최근에 산 호카 스피드코트4를 착용했다. 스피트 코드4는 로드 러닝 전용인 마크4에 비해서 무게가 있기 때문에 최근에 로드 러닝 위주로 훈련했던 나에게는 오랜만에 착용을 하게 되다보니 더 무겁게 느껴졌지만, 마크4를 아끼는 차원에서라도 스피드 코트4를 적절하게 착용해 줘야 한다.
정릉역에서 만나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아리랑 고개를 넘어 돈암동 쪽으로 이동하여 성북천 초입에 접어 들었다. 거기서 부터 청계천 합류 지점까지는 바닥이 우레탄 이라서 달리기에 훨씬 좋다. 가볍게 km당 6분대 페이스로 달리면서 담소도 나눌 수 있었다. 청계천 합류지점부터는 좀 더 속도를 내서 km당 5분대로 달렸고, 청계 소라 광장(동아일보사 앞) 도착에는 km당 4분50초까지 페이스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4분대를 뛰면 숨이 힘들다.
청계 소라 광장에서 숨을 잠시 고르고 사진을 남겼다. 멀리 해가 떠올라 붉은 빛이 도는 것이 참으로 멋있었다. 왼쪽으로 라그릴리아와 최근에 오픈한 블루보틀 매장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도착하니 약 9km 정도 되었다. 오늘 하프를 뛸 예정이라 절반이 안되는 지점에 도착한 것이다. 여기부터 이제 오르막을 오르기 위해서 인왕산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새문안교회쪽으로 이동하여 서울역사박물관을 지나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잠시 돌아보았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강북삼성병원 근처에 있는데, 매번 앞쪽으로만 가다보니 이런 곳이 있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잠시 설명이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재개발을 하면 모두 허물고 신축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게 생각되어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옛모습을 남기고 리모델링을 하여 박물관 마을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근현대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체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 길이 나온다. 바로 인왕산으로 올라가는 길. 인왕산은 약 330m 정도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 부근은 상당히 가파른 산이다. 접근성이 좋고, 금방 다녀올 수 있는 산이다 보니 서울 사람들에게 꽤 인기 있는 산이 되었다. 요즘은 젊은 분들도 소규모 그룹을 만들거나 혼자서 자주 찾는 산이 되었다. 오늘은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인왕산 둘레를 도는 길을 선택하여 인왕산 호랑이 상과 초소책방을 지나 윤동주의 시인의 언덕, 자하문을 지나 부암동 길, 북악 팔각정 코스로 해서 정릉으로 도착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다행히 인왕산 둘레길은 가파르지 않고, 북악 팔각정도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부암동 쪽에서 잠시 에너지 보충한 이후로는 쉬지 않고 올라 북악 팔각정까지 갈 수 있었다. 이 길을 뛰다보니 작년 10월에 출전했던 ‘서울 100km 트레일 러닝 대회’ 가 생각 났다. 인왕산-북악팔각정-보국문(청수대암문) - 백운대 - 영봉으로 이어지는 서울 100km 트레일 러닝 대회 A코스는 내가 달린 가장 긴 거리이다. (약 53km). 오랜만에 오르막 산악길을 달리다보니 “와 그 때 그걸 어떻게 뛰었을까?’ 내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북악팔각정에 도착하여 멀리 보이는 평창동 마을과 보현봉을 배경 삼아 사진을 한장 찍었다.
북악팔각정에 도착하니 16km가 되었다. 사실 여기는 집에서 여러번 뛰어서 온 곳이라 익숙하고, 남은 5km도 내리막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안되었다. 밧데리형을 따라 북악 스카이웨이 옆 산책로를 따라 한줄로 속도를 내며 내려왔다. 길을 잘 아는 분과 함께 운동을 하면 여러 번 느끼는 것이지만 참으로 편하다. 달리기 하다가 가지 말아야 하는 코스를 가거나 이탈 하는 것을 ‘알바한다’ 라고 한다. 알바를 안 하려면 길을 잘 알아야 한다. 밧데리형 덕분에 알바를 하지 않아서 참 감사하다.
참 서울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시티런을 하다보면 정말 그렇게 느껴진다. 성북천, 정릉천 등 집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천들이 있고, 그것이 청계천으로 이어지면서 시내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청계천에는 다양한 새들이 있고, 추위를 피해 오늘은 수 십마리의 왜가리들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왜가리가 물고기 사냥을 하는 모습도 달리다가 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트레일 러닝을 할 수 있는 산책로 코스도 잘 되어 있고, 산 주변을 뛰다보면 멋진 풍경은 덤으로 주어진다. 이런 행운은 달려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이 글은 나의 달리기를 정리하고자 적은 것이기도 하지만, 이 글을 읽은 분들도 함께 이러한 행운을 얻어 보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1월 달리기 결산
스트라바 기준으로 179.5km를 달렸다. 1월 추운 겨울 치고 꽤 많이 달렸다. 2월에도 잘 해보자. 1월 달리기 결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