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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Mar 08. 2016

25살 무작정 미국으로 떠나다#1

2016.3.2 미국으로 떠나다

살면서 단 한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 없던 나는 일을 그만두어야 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후에 살면서 가보고 싶었던 미국에 가기로 결심을 했다. 그 이전에 나는 왜 일을 그만두어야 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실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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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에 군대를 갔었던 나는 제대 후 정말 운이 좋게도 취업을 할 수 있었다. 군대를 마치고 바로 취업을 해서 그런지 군인정신으로 이것저것 열심히 배우고 일했다. 아주 어렸을 땐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살아오다가, 그 어떤 일을 만나게 되니까 다시 질문이 바뀌게 되었다. "어떻게"하면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1년,2년,3년을 보내면서 내 나름대로 실력과 경력 그리고 신뢰를 많이 쌓을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정도 시간이 흐르게 되니까 다시 한번 질문이 바뀌게 되었는데, 나는 "왜" 일을 하는 걸까? 라는 지금의 나로써는 감당하기 힘든 질문을 갖게 되었고, 회사를 다니면서 도저히 해결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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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처음 들어가서 나는 수습기간이라는 걸 겪었는데, 내 한달 월급은 60만원이 였다.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회사였지만 그 당시에 나는 60만원이 적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 당시에 나는 군대 제대를 하고 느끼는 엄청난 절박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매일 술을 마시다 알콜성 단기치매 초기증상 까지 겪기도 했다. 정말 운좋게 면접기회가 있어서 면접을 보게 되었고, 받는 금액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굉장히 열심히 했다. 어렵게 어렵게 3개월이 지나 월급이 오르면서 내 생활도 점차 안정을 찾았고, 술에 의존하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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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미국으로 떠나려고 했던 이유.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불안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의 씀씀이 커지고, 내가 언제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으며,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로 나에게 지출을 강요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줄 알았던 나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나의 소비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느껴졌고, 오히려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꼈다. 수영을 끝내고 나오면서 마시는 바나나우유가 더 나를 기분좋게 만들었고, 무료쿠폰으로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을 때가 오히려 좋았다. 원하지 않는 회식에서 내가 전부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내가 돈을 쓰는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돈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왜 돈을 버는걸까? 차를 사려고? 집을 사려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돈을 버는거지, 돈을 벌기위해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결정적으로 궁금했다.모든 걸 내려놓고 객관적으로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금 포기하지 않으면 내 인생에서 왜 일하는지 이유를 모르고 살아가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서 다들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들 극구 만류하는 걸 보니, 내가 오히려 잘 선택했구나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서 결국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겪을 수 있어서 참으로 기쁘다. 여기서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달렸으면 그 길에 끝은 그리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처음에 회사를 다니겠다고 했던 것도 나였고, 지금에 와서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도 나지만, 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온전히 나의 선택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결과도 내가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고집이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마음이 가는 길을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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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모든 것을 멈추고 무작정 미국으로 여행을 온지 이제 1주일이 아직 안됬다. 한달동안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대답을 찾으면 좋겠지만, 결국은 누군가가 정해준 답이 아닌 내가 내린 결론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그 누구든 원망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느꼈다. 뉴욕 맛집, 뉴욕 명소, 뉴욕 관광지 등등 검색을 하다보면 내가 봤던 정보가 전부인냥 다들 똑같은 유명한 장소와 유명한 음식점을 방문하는 걸 보니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실패하기를 굉장히 두려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여행을 가서 해야하는 것들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남들이 가봤던 코스대로, 남들이 밟아보는 길을 따라서 가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유명한 맛집에 안가면 어떻고, 남들이 다 가는 장소에 안가면 어떠한가. 


내 인생은 누군가에게 통제받고 명령받는 삶이 아니다. 내 삶의 주인은 오로지 "나"밖에 없으며 남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도 아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멈춰보니 그 동안에 나는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말하는 그런 존재였다. 너무나 당연해서 인식하지 못 하고 있었고, 그 틀을 깨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그 한번의 용기로 인해서 억대 연봉도 포기하고, 안정적인 직장도 그만 두었지만 후회는 없다. 다리가 아파도 택시말고 버스를 타야 겠지만 그건 내 삶이 불행한 게 아니라 조금 불편할 뿐이고, 그 불편도 실제로 그렇게 대단한 불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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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용기의 연속이다.

새로운 곳, 처음 보는 낯선 환경에 부딫히는 나를 보며 미지의 땅이라고 느끼던 미국도 결국은 사람사는 곳이라는 걸 느끼는 요즘, 여행을 통해서 참 많이 배운다. 무작정 믿고 갔던 숙소는 이미 자리가 꽉 차있었고, 부랴부랴 알아보고 묵은 숙소와 매일 당연하게 먹던 한식도 여기에서는 빨리 집에가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으며 보고싶을 때 볼 수 있는 친구를 못 본다는 것도 생각보다 꽤 힘들었다. 오히려 가보고 싶고, 선망의 대상이였던 미국은 점점 익숙해져가는 반면, 내 동네, 가족들, 친구들, 한국의 문화 등을 느끼러 가고 싶은 곳이 되기도 했다.


처음보는 장소에 처음보는 사람에게 그것도 다른 나라의 언어로 말을 건다는 건 나에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 였고, 첫 날에는 주문도 제대로 못 해서 공항에서는 밥을 굶기도 했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자주 부딪힐수록 말을 걸거나, 주문을 하는게 어렵다고 느꼈던 내가 작아보이기도 했다. 하나의 틀을 깨는 용기 뒤에는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내가 있었고, 용기를 통해서 맛있는 음식도, 끝내주는 야경도 얻을 수 있었다. 문법도 억양도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말을 꺼낼 수 있는 그 용기는 아니였을지.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결국은 모든 걸 내려놓고 살아보고자 하는 용기는 아니였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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