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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Jun 18. 2018

소확행

일상의 기록#32


오랜만에 아주 가까이 지내던 친한 동생을 만났다. 나의 26살을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가까이 지내면서 이런저런 속에 있는 이야기들, 고민들을 털어놓고 서로 의지하기도 했다. 잠시 멀리 타지에서 지내다가 이번에 다시 올라오게 되어서 꽤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제 만난 것처럼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고, 참 반갑고 익숙했다. 그 동생과 만나면 항상 하는 게 있는데 특별한 건 없다. 그냥 만나서 주변에 있는 호수공원 산책을 참 많이도 했다. 시간이나 계절에 관계없이 만나면 참 자주 걸었다. 아침은 아침이어서 좋았고, 밤은 밤이어서 좋았다. 평소에 하고 있던 생각들, 혹은 실없는 소리를 하더라도 편하게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돌이켜 보면 그 시간들이 참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


특별히 어디 여행을 다녀온다던지, 어떤 재미난 사건이 있었다던지 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접하기 쉽고 마음의 부담이 없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런 소소한 행복은 어쩌면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는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당시를 떠올렸을 때 기억에 많이 남는다면 그 순간에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지, 행복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행복의 정의가 행운과 관련된 것도 있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만족감이나 기쁨에도 해당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다. 평소에 잘 일어나지 않는 행운적인 일을 겪어야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환경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통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느끼는 감정들, 일을 마치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 같이 매일 같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그 자체로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다. 


예전에 미국에 한 달 정도 여행을 갔을 때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언어,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해서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여서 행복했다면,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미국에서 지내는 것이 여행이 아닌 일상으로 받아들여져 동네에서 산책을 하거나,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 등 나름대로 그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이렇듯 행복이라고 하는 것은 상황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작용을 하지만, 내 마음이 어떤지 더 중요하다고 보인다. 매일을 여행 다니며 살 수 없듯이 환경을 매일 바꿔가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기는 어렵다. 다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 나의 감정이 어디서 왔고, 왜 그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잘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나는 왜 행복하지 못할까? 그런 고민에 잠시 빠져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고민이 반복되고 지속되다 보니 나는 그럼 불행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행복이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어떤 이유로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제대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해놓고 어쩌면 꽤 근사할지도 모르는 나의 일상을 불행하다고 판단했던 걸까.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지금 나의 일상과 나의 모습도 나름대로 꽤 괜찮다고 생각하고 난 뒤로는 굳이 매일 꼭 행복하거나, 기쁜 일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맥주를 한잔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생을 살면서 딱 한번 느껴봤던 기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하루 종일 바쁘고, 주말 내내 해야 하는 일들이 꽉 차있어서 쉴틈조차 없는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맥주를 마시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들을 다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맥주집은 예전에도 꽤 자주 갔었던 곳이고 어쩌면 특별한 날이라고 볼 수도 없었지만, 외국에 여행을 가서나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일상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여유로움이 어디서 짠하고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내 마음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살면서 문득 그런 생각도 종종 하곤 했다. 돈을 굉장히 많이 벌거나 높은자리에 올라가면 나는 행복할까? 라는 생각. 물론 많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많이 벌어서 좋은 집과, 자동차, 명품들을 걸친 들 내가 그 상황들에 익숙해져 버린다면? 나보다 더 많이 돈을 버시는 분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에 더 불행하지는 않을까? 혹은 내 경제적인 것들이나 나의 자리를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사람을 불신하는 마음을 갖지는 않을까. 행복의 기준이라고 하는 건 참 주관적이다. 나에겐 행복이 아닌 일들도 누군가에겐 행복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행복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볼 필요가 있고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내 행복을 맞추는 바보 같은 짓은 하면 안 될 것 같다.


커다란 행복보다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고 느끼는 요즘, 내 일상 속에서 그런 소소한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고 익숙해서 지나쳤던 것들 속에는 분명 작지만 꾸준한 행복이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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