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21
#
최근 소개로 알게 되어서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말을 들은 지 딱 일주일 만에 이별통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당혹스럽고 갑자기 무슨 일이지? 하면서 놀라기도 했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말하면 상대방은 나에게 그리 관심이 없었던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다잡으면서 하루하루를 견뎌왔으나 결국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관계는 더 깊어질 수 없었다.
이별이라는 결과에 대해서 나는 무던히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스스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1+1는 2라는 사실에 다른 정답도 있을 거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분명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감정들이 가라앉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너에 대한 생각이 결국은 나에 대한 생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너를 이해하려면 결국 나를 이해해야 했다. 내 행동과 나의 언어, 나의 표정, 생각들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바라보고 이해해보려고 많은 시간들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단순히 '인연이 아니었으니까'라고 말을 하거나 누구나 겪는 이별에 혼자서 호들갑 떠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 스스로 인정하고, 그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고 더 발전하지 않으면 그다음 찾아오는 소중한 인연에 있어서도 떳떳할 수 없다. 물론 나의 이런 모습들까지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고마운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법이지만, 감나무에서 감이 언제 떨어지는지 모르듯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
'너'에 대한 행동과 태도는 결국 '나'의 행동과 태도에 수반하는 결과였으니 사실 일방적인 것도 없었을 것이고, 누군가 잘못했거나 잘했다고 볼 수도 없다. 정말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수 밖에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주어진 그 상황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 했지만, 결과까지 최선은 아니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처음 겪는 이별은 아니지만, 모든 헤어짐은 그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는 한다. 최근 겪었던 감정들과 경험이 훗날 나를 어디로 이끌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게 좋았던 경험이든, 슬펐던 경험이든 있는 그대로 나를 더 올곧하게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