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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Jan 29. 2018

족쇄.

일상의기록#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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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료 코엘류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대사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떠나지 못하게 그를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자신말고는" 



일상의 반복이 지루하고 지칠 때 가끔씩 모든 걸 그만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이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 허황된 꿈이라며 생각을 고쳐먹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훌쩍 떠나버리는. 


2년전 어느날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는 내가 낯선 도시 뉴욕에서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참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새롭고 때로는 무섭지만  당장 오늘 잘 곳이 없는 상황이 마냥 반갑기도하고 내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나간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불가능하고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에서의 생활도 쉽게 해낼 수 있었던 건 나보다 앞서 그 길을 걸었던 분들의 도움이 크겠지만 어쩌면 실제로는 나 스스로가 불가능하다는 족쇄를 채웠던 건 아니었을까.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마치고 다시 잠드는 그 순간마저도 모든게 나의 선택으로 시작되고 끝이 난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정했던 것도 나였고 무작정 미국에 가겠다고 선택했던 것도 나였다. 지금의 내 모습 역시 내가 되고싶고 바라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었을까. 


나 역시 내 삶을 이루는 모든 것들에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살을 빼고 싶고, 키도 조금 더 컸으면 좋겠고, 얼굴도 더 잘생겨지고 싶다. 성격도 조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글을 더 잘 쓰고 싶고, 계속 건강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내가 더 바라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했을 때 말리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오히려 응원해주고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많은 도움들을 받기도 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내 삶에 유일한 족쇄는 나 '자신'이었다. 


물론 주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무작정 미국으로 가겠다고 했을 당시만해도 멋진 도전이라며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었던 반면에 미국에 다녀와도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최종결정은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것이 아닌 오롯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말이다. 다른사람의 말을 참고할것인지, 믿을것인지, 받아들이지 않을수도 있다.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내긴 쉽지 않다.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믿어버리기 때문에. 처음 수영을 배울 때 물에 뜨는 것 조차 버거워했던 적이 있었다. 당장 바로 앞에 보이는 10m도 나아가기 쉽지 않았고 숨이 차올라서 조금 더 나아갈 수 없었던 내가 지금은 200m를 쉬지않고 가게 되기까지 2년이상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처음 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과연 정말 할 수 없는 일이었을까? 오늘 10m를 갈 수 있는 사람이 갑자기 100m를 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한 일은 아닐테니까.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건 주변의 시선이 아니라 그 시선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에 있었다. 참 신기하게도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나약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걸까.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떠났던 일이나, 수영을 전혀 못 하다가 어느정도 할 수 있게 된 것들도 누군가 봤을 땐 저 정도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경험한 적 없고 할 수 없다고 믿었던 것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조금씩 풀어나가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믿어주지 못 한다면 그 누구도 나를 믿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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