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기록#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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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각자 중요한 가치관을 한가지씩 가슴속에 품곤한다. 열정이 최우선이 되는 경우도 있고, 사랑이라는 가치관이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곤 한다. 그 중 무엇하나 모자르지도 넘치지도 않는 소중한 것들이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고 삶 그 자체를 대변하기도 한다. 마음속에 있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원인이 아닐까 싶다.
하루하루 행복을 쫒아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지만 행복이라는 감정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 이외의 감정들이 더 자주 찾아오곤 한다. 나의 경우에는 어떤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해보면 후회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줬던 거 같다. 덜 후회가는 쪽으로 결정해야 조금 더 행복할 줄 알았지만 여러가지 일을 겪어보니 행복의 반대되는 개념은 후회가 아니었다. 덜 후회해야 내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커다란 착각이 아니었을까.
'행복하지 않으면 불행하다'라는 잘못된 명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불행의 요소가 제거된다고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아니었다. 불행의 요소가 제거된다는 뜻은 조만간 또 다른 원인들이 찾아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반대로 행복의 경우에도 그랬다. 행복의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고 당연시 여기게 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최근에 스스로를 많이 자책하기도 했다. 요즘들어 행복하지 않으니 내가 불행하다는 증거는 아닐까하고. 그런 불행을 몰고온 스스로를 많이 원망하고 미워했다. 나의 불행은 내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이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 땐 몰랐다. 왜 행복하지 못해? 라면서 나 스스로를 코너로 몰고가곤 했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나서 품었던 감정들에 조금 더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질수록 '행복하지 않다고 불행한건 아니구나' 라고 깨닫게 되었다. 행복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幸은 행운을 쓸 때도 동일하게 쓰인다. 그렇다는 건 행복이라는 건 평소에 행복하다고 느껴서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기 보다는 뜻하지 않았던 경우에 찾아오는 건 아니었을까. 지치고 힘든 직장생활에서 얻는 월급도 물론 좋지만, 친구와 밥값내기를 하면서 조마조마했던 그 순간들이 더 짜릿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속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어쩌면 난 '행복중독'에 빠진 상태였던 거 같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찾듯이 유난히도 행복에 더 집착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듯 원하는 감정들을 아무리 채우려고 한들 채워지지 않았다. 나에게 필요한 건 밑바진 독에 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밑바진 독을 먼저 잘 메우는 선행과정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싶다. 이제는 행복에 조금 더 초연해지려고 한다. 당장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앞으로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도 아닐뿐더러,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불행한것도 아니니 말이다.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아야겠다.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진정한 불행을 가지고 오는듯 하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닐뿐더러 내가 행복해져야지! 한다고 짠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다만 앞으로 행동하는데 있어서 덜 후회되는 쪽으로 선택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려면? 이라는 마음으로 결정해야겠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라는 푸우의 말이 예전보다 조금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요즘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