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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Jul 25. 2018

미드나잇 선

일상의 기록#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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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계기로 오래간만에 참 좋은 영화를 만났다. 일본 '태양의 노래'를 원작으로 올해 6월에 개봉하게 된 미드나잇 선이라는 영화인데, xp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케이티와 사랑에 빠지는 찰리에 로맨스를 다룬 영화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다양한 의견들을 보고 싶어서 리뷰나 관람객이 쓴 글들을 꽤 찾아보았으나 의외로 혹평이 많아서 꽤 놀랐다. 누군가의 인생에 송두리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으나, 또 누군가에겐 그저 그랬던 영화로 훗날 기억에서 조차 사라지게 될 영화라는 생각에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도 좋아할 거라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앤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과연 사랑에 대해서 과연 나는 평소에 어떤 관점이었을까 싶은 영화였다. 과연 내가 감히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정의 내려서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의 언어로 사랑이 다 표현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을지도 모른다. 나의 시선으로 보는 조그마한 세상이 전부인 듯 판단하고 재단하고 있었을지도.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사랑에 대한 메시지로 하여금 그동안 사랑에 대해 믿고 있던 것들이 마냥 정답이 아닌 하나의 의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랑에 빠지는 건 우연일까? 운명일까. 어쩌면 사랑은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순히 상대방으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는 것과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 사랑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학적 공식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법칙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어느 날, 어느 순간 사랑이라고 느낀다. 상대방을 사랑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듯이,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오곤 한다. 어떤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그런 상황을 과연 내가 선택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렇듯 사랑이라는 감정에 있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이 세상에서 무한하고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에 언젠가 반드시 생의 끝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어쩌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것 일지도. 죽음이라는 결말이 정해져 있는 영화의 주인공인 우리가 결말을 알고 있다고 해서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내는 것이 아니듯,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참 중요하다.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 어떤 의견과 생각도 소중하고 오롯이 존중받아야 한다.


사랑은 '너'를 만나는 것이 아닌 '나'를 만나는 과정. 단언컨대 우리는 서로를 100% 이해할 수 없다. 사랑하는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나를 만나게 된다. 평소에 내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 인지하기 어렵지만, 상대방을 이해하고 노력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침착하게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로 하여금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인식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는 살면서 흔치 않다. 결국은 나를 알아야 너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그런 영화. 상처받을 것이 두렵고, 혹은 마음을 쌓아가는 과정이 어렵고 복잡해서 사랑보다는 다른 것들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새로운 시작은 분명 새로운 고통을 동반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 당시를 되돌아본다면 열렬하게 좋아하고 아끼던 상대를 추억하는 게 아니라 그 당시의 좋았던 감정들을 느꼈던 나를 만나게 된다. 영화를 보며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앞으로 딱 한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다.


이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비록 누군가에겐 이 영화가 그저 그런 의미일지 몰라도. 나 또한 누군가에겐 그저 아는 사람, 그저 그런 사람이라 기억되고 있을진 몰라도, 나를 일상에서 마주 보는 사람들에겐 나 또한 커다란 의미니까.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지는 않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사랑을 선택할 수 없지만, 상대방에 발걸음에 맞춰 걸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너는 나를 이 베란다에 버리고 가도 되고, 최고의 여름을 나와 함께 보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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