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별 Mar 24. 2020

삶을 마주하는 태도

일상의 기록#51



금방 지나갈 것 같았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만에 일상이 꽤나 바뀌었다. 마스크를 구매하러 아침마다 약국에 가거나 평소에 귀찮다는 이유로 잘 쓰지 않았던 손 소독제를 구비해두고 마스크 없이는 외출은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살고 있다. 국가적으로 2m 정도 거리를 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고 있을 정도니 멀어진 거리만큼 마음도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눈으로 볼 수 없는 자기만의 마음의 거리가 존재한다. 누군가를 가깝게 느끼거나 멀게도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살면서 스스로가 만들어낸 약간의 규칙들을 정해놓고 마음과 시간을 할애할지 아닐지 정하는 것 같다. 그 규칙들은 대부분 좋았던 경험이나 아팠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지고 수정되다가 시간이 더해져서 조금씩 굳어지는 모양새를 보인다. 특히 상처가 되었던 기억들은 나도 모르게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태도를 바꾸기 쉽지 않다.


작년에 가장 가까이 지내던 사람과의 멀어짐은  나에게 정말 커다란 상처가 되었고 그로 인해서 많은 시간들을 후회와 아쉬움으로 채우기 바빴다. 여행을 가서도 즐겁지 않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기쁘지 않았고 누군가를 만나도 커다란 감흥이 없었다. 또다시 상처 받기 싫다는 마음이 강해져서 이미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마음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었고, 어디에나 속해있었지만 어디에도 속해있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태도로 꽤 오랜 시간 지내다 보니 삶의 다른 영역으로까지 전이가 되어버렸다.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방어적이고 소극적이게 행동하게 되었고 그 결과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는 악순환의 반복으로 이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고, 재미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가치 없고 쓸모없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그런 삶에 길들여지고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수동적이고 방어적 인태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그러나 참 신기하게도 삶을 마주하는 태도를 바꾸는데 엄청나게 특별한 경험이나 큰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어떠한 내용인지 모른 채 기대도 없이 보게 되었던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보고 어느 쪽이든 한 발자국 내딛을 정말 작은 용기를 주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아름다움도 두려움도 모두 경험하라.

오직 걸어가는 일을 계속하라

느낌 속에서 이르지 못하는 먼 곳은 없다.


영화 '조조 래빗'에 나왔던 시인의 말이 살아온 시대도 다르고 심지어 나라조차 달랐던  내 마음에 작은 위로를 주었다. 내가 그동안 피하고 외면했던 모든 일들이 어쩌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안내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겁이 나서 무작정 회피하고 도망친다면 더 멀리 나아갈 수 없다. 그 멀리 너머에는 또 다른 수많은 경험들이 있으니 왜 살아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을 때 삶을 더 이어가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제는 마음의 거리에 스스로 울타리를 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들어왔던 모두를 수용할 수 없을뿐더러 누군가는 또 나를 싫어하고 떠나갈 수도 있다. 그 경험 또한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고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나를 더 좋은 길로 인도해줄 수도 있다고 믿는다.


바뀌려는 모습과 태도의 색을 더 진하게 하려면 내 입을 통해서 말하고 귀로 들어야 하고 글로 써서 눈으로 읽고 마음에 담아야 한다. 어쩌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습은 과거에 내가 가장 원하던 모습은 아니었을까. 만족스럽지 못하고 불만스러운 모습조차 스스로와 지독하게 타협하며 만들어낸 모습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태도는 커다란 차이를 만드는 사소한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기생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