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별 May 17. 2020

습관의 힘

일상의 기록#54


'알코올 중독', '알콜성 치매'


22살, 전역을 앞두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었던 내가 세상에 나가서 얻게 된 병. 어렸을 때 겪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22살 어느 날에 많이 두고 왔다. 어제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못 하거나 어휘력이 떨어져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술에 대한 의지가 강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술을 찾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기억조차 안나지만 22살의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냉담하고 어두웠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무작정 술을 마시는데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술을 줄이거나 끊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어느 날 예전에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 월요일부터 나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매일같이 술을 마시게 되면 어렵게 잡은 기회마저 잃을 거 같아서 습관적으로 찾던 술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다. 가장 처음으로 정체성에 대해서 가장 비중 있게 고민했던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왜 술 마시는 것을 멀리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해야 했던 일은 '인식의 개선'이었다. 스스로가 더 이상 술에 의존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인식해야 했다. 술을 끊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내가 해낼 수 있는 쉬운 일이라고 말이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은 아주 사소한 차이지만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를 인도해주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퇴근 후 하고 싶은 일들에 음주는 생각조차 하지 않듯이 나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쌓이고 또 쌓였던 나쁜 습관을 한순간에 바꾸기란 쉽지가 않았다. 술에 길들여져 있던 몸이 온 힘을 다해서 바뀌려는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유혹들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어떤 변수들이 있는지 분석해보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에서 술을 찾게 되는지, 누구와 마시는지 등등 무의식적으로 반복되었던 과정들을 의식적으로 떠올리며 술이 떠오르는 특정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하고 함께 술을 마시는 친구와의 만남을 줄여나갔다.


그렇게 매일같이 찾았던 술을 주말에나 가끔 마시거나 평일에는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을 때 냉담하고 어두웠던 세상은 비로소 나에게 많은 것들을 선물해 주었다. 해낼 수 있는 작은 자신감과 용기, 스스로를 믿어주는 마음과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들. 겨우겨우 살아냈던 하루들에서 살아보고 싶은 하루들로 생각이 바뀌게 되는 과정이 되었고 오늘 하루가 선물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습관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준다. 비행기가 궤도를 1도만 바꿔도 전혀 다른 목적지에 도달하듯 술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게 궤도가 바뀐 내 삶이 지금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더라도 5년 뒤 10년 뒤 훨씬 더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있지 않을까. 앞으로 다가올 삶을 불안이 아닌 기대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습관의 힘이다.


삶이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결국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반복되는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시라도 내 삶을 채우고 있는 습관들 중에서 두고 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선물이 될 수 있는 기회다.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돌을 조각하는 석공의 11번째 망치질로 인해서 돌이 갈라지고 조각되는 것은 10번이라는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작가의 이전글 포기하고 싶을 때#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