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을 맞았다.
3개월 수습기간만 버텨보자는 결심이
반년은 해보자며 이를 악물었고
퇴직금은 받자고 일 년이 되었다.
사수 없이 동기 없이 지원 없이
홀로 버텨낸 조직 생활.
할 수 있는 능력의 80만 하라는 친구의 조언을 흘려듣고
사생활과 건강을 갉아먹으며 120을 쏟았다.
덕분에 여느 일 년 차 사원이 해보지 못할 기회도 얻었고
3년 치만큼의 내공도 빠르게 쌓았다.
일 년이 된 지금.
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노동의 대가로 냉정히 매겨진 연봉이라는 돈.
짧지만 압축적이고 역동적인 경험.
미래 산업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
무한정 유예된 나의 꿈.
돌아가신 할머니와 더 많이 보낼 수 있었던 시간.
기대와 조화에 맞추느라 망각해버린 내 취향과 기호.
일 년의 손익 분석을 차분히 해보려 해도
오늘 감정에 따라 한쪽으로 확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회사는
나의 헌신과 사명감과는 무관하게 제자리로 보고 있다.
뱅그르르 하고 360도만큼 도느라 결국은 제자리인 모양새.
하루에 1도만큼 돌 때마다
어떤 좌절을 했고
어떤 실망을 했고
어떤 벽 앞에 마주 서야 했는지 모른 채.
회사는 몰라도 나는 안다.
360도 돌아 제자리처럼 보일지라도
그 한 바퀴를 돌기 전과 후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란 걸.
1도씩 돌면서 볼 수 있는 풍경을
가슴을 덥히고 머리를 식혀가며
눈과 귀와 심장에 차곡차곡 담아왔음을.
36.5의 체온을 유지하며
365일간 견뎌내 온
360도의 한 바퀴 여정.
두 번째 바퀴를 돌 준비가
나는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