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정확하지만 아프다.
거짓말은 부정확하지만 달콤하다.
우리는 평생 뼈아픈 사실만을 말하며
뼈아픈 사실만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거짓말로 밀봉되어왔던 사실들이
세상을 덮은 바이러스로 하나씩 해체되었다.
정리해고
영업중단
대출상환
건강악화
교통사고
인간관계
전셋값 상승
휴대전화 경고음
사회의 누적된 피로감까지.
찬란한 개인의 삶 하나도
일개 수천, 수만 명의 하나로 뭉뚱그려 다뤄지는 요즘,
나에게 잘 보일 필요 없는 '현실'이라는 녀석은
마치 오랜 시간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 왔다는 듯
흡족할만한 거짓말 대신
냉혹한 사실을 감정 없이 내뱉고 있었다.
도정이 덜 된 현미처럼
거친 사실의 낱알은 맛이 쓰고 소화가 오래 걸렸다.
충전할 새 없이 닳아버린 정신과 육신은
배터리 잔량 5% 남짓의 스마트폰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사실이라는 위기를 극복한답시고,
블루투스, 와이파이, LTE, GPS를 쉼 없이 켜놓은 탓이련만.
그래,
이 참에 쉬어가자.
그 어떤 명백한 사실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거짓스러운 확신이 더 의미 있어 보였다.
"나의 상황은 반드시 좋아질 거야"
"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낼 수 있어"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야"
당신도 혹여
얼음장 같은 사실들에 압도되어 우울해진 적 있는가.
그럴 때는 나처럼
긍정적인 거짓말쟁이가 되어 보라.
희망찬 거짓은 머지않아
더 나은 당신의 삶을 이끄는
뜨거운 사실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