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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퇴물 Sep 06. 2020

리플리 증후근(筋)

거짓말쟁이 중둔근

'여기 책임자 나오라 그래!'

백화점 책임자는 보통 브랜드에서 해결되지 않는 골칫거리나 큰 문제가 생겼을때 직접 고객을 응대한다. 흥분한 고객의 불만을 직접 듣고 해결하는 절차인데, 이 업무를 맡다보면 절로 나오는 말이 바로 인간군상이다.

모든 컴플레인이 그렇다라기 보다 열에 한두번 정도 참 희한한 성격을 마주하곤 하는데,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들을 분류하는 병명이 따로 있었다. 정신의학회 용어를 빌리자면 바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리플리증후군'

폭력성, 양극성, 충동성 등 참 많은 장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피하고 싶은 부류를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리플리증후군'을 꼽는다. 먼저 말하자면 이들이 가장 다루기 어렵고 파악해내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며 결국엔 가장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 성격의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거짓말' 인데 특이한 것은 본인이 만든 것 조차 진실이라 믿는 특징에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객관적인 자료(하물며 녹취록) 설득 한들 통할리 만무하며 막다른 골목에 막히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 빠져나간다. 아니,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하다. 그래서 단정히 빗은 머리에 깔끔한 수트로 이들을 맞이 했다가도 어느새 헝크러진 채 연신 냉수를 들이키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경험한 바, 이 증후군은 나이가 들수록 더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만큼 임기응변에 더 능숙하고 쌓아온 지식까지 자연스레 녹아있어 그럴싸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이런 성향이 감지되면 마치 탐정조사를 하듯 전/후관계, 사용내역, 개인신상, 녹취록 등 접근 가능한 모든 정보를 습득 한 후 응대에 임한다. 까딱하면 거짓말에 넘어가 섣부른 답변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들을 직접 다루고 문제를 해결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리플리 중둔근'

몸에서도 이런 '장애'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리플리증후군'에 속하는것이 바로 '중둔근'이다. 평소 좌식생활을 오래하는 현대인들이 고질적으로 갖고있는 문제 중 하나로, 이 특징 또한 '일하는 척'을 해 결국 부상을 유도하는데 있다. 평소 티가 잘 나지 않아 마치 제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실은 큰 엉덩이근 뒤에 숨어 교묘하게 잠을 잔다. 그래서 끊임없이 깨워주고 궁지로 몰아 단련시키지 않으면 머지않아 무릎과 발목에까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굉장히 중요한 곳이다.


재밌는것은 운동을 오래해온 사람일 수록 이 문제를 쉽게 인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몸이 적응해 다른 근육이 일을 대신하며 이로 인한 부상 또한 잦은 회복을 통해 무뎌진다. 그래서 꼭 단련할 필요가 있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더 오랜 시간이 지나 대신하던 근육이 퇴화할 경우엔 결국 더 큰 문제로 발현되기에 꼭 초기에 잡아놔야 한다.  


백화점MD로서나 아니면 물리치료사로서나 '거짓말' 이 늘 문제를 만드는 걸 보노라면 역시나 인생에서 진정성만큼 중요한 가치는 없는것 같다.

 

'판별'

살다보면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종국엔 늘 내가 손해를 보게 되는 그런 관계의 사람이 있지 않나? 누구나 손해를 안보고 싶은 마음이야 매한가지니 마냥 탓할 수 없다만 이 부류는 피해까지 전가하는 특징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들이 보통 리플리 증후군일 경우가 많다.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한 거짓말로 모면함으로써 결국 손해를 보게끔 만드는게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언증 혹은 잦은 거짓말이 느껴진다면 주저없이 그 인간관계를 멀리하기를 추천한다.

더불어 오랜기간에 걸쳐 내 허리와 무릎 발목이 같은 정렬을 따라 아프다면 이 또한 중둔근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해볼법 하다.


어릴적 세상은 늘 둘로만 나뉘어졌다. '되는것 안되는것' '착함 나쁨' '영웅과 악당' 늘 영웅에게만 열광하던 어린시절이 지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마냥 못되만 보였던 '둘리'의 고길동 아저씨나 포켓몬스터의 '로켓단'도 달라보이지 않나.

 한명은 사고뭉치 천애고아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가장이며, 후자는 그 어떤 어려움속에서도 긍정심을 잃지 않는 팀이었다. 이처럼 착하고 나쁨의 기준이 살아감에 따라 조금씩 더 세분화 되는 것 같지만 난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는 이들에게는 아직도 유도리를 내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오랜만에 사회에서 이 부류의 인간을 만났다. 그나마 그간 많은 경험이 있어 크게 손해를 보기전에 알게된 것에 감사할 뿐이다.


 적지 않은 시간 이 글을 쓰며 앉아있었더니 중둔근이 다시금 일을 안하는 것 같다. 속상한 마음 리플리인간 대신 근육이나 깨워 조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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