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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퇴물 Mar 25. 2020

대.퇴.물

나이 34살, 기혼, 무주택 , 회사원 명품MD 7년, 연봉 8,000만원.

나이 35살, 기혼, 무주택 , 대학교 3학년,  등록금 -1,000만원.


한동안 글을 연재하다가 다시 쓰려니 키보드에 올려놓는 손끝에서조차 심박동이 느껴진다. 17년도를 마지막으로 멈춘 글은 단순히 잊고있던 꿈이 아닌 그저 조용히 진행중인 일기였고, 하루빨리 내보이고 싶다는 마음과는 다르게 현실은 더디게 진행되어갔다. 이뤘다면 이룬거고 멀었다면 아직 한참 남은 내 꿈, 국가적 재난사태로 인해 입학이 연기되고 있지만

2020년의 나는 대기업을 다니는 회사원이 아닌 어엿한 '대학생' 이다.

 퇴사를 무려 4년간이나 미뤘다. 대리1년차 꿈많던 퇴사 준비생은 어느덧 동기들 사이에서 퇴사기꾼(퇴사를 말하나 지키지 못하는 자)으로 불린지 오래였고 그간 사업 실패, 건강악화, 재정문제 등 내 사직서를 만류할 핑계거리는 차고 넘쳤었다. '하고싶으면 하는거지! 넌 사실 그냥 안주하고싶은거야' 라던 선구자들의 날선 지적에도 무덤덤 해질만큼 넘어야할 고비는 꾸준히 다가왔던 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내가 비겁한건가? 라는 자기반성 속 치기어린 생각을 종종했는데 무작정 회사를 나왔더라면 아마 좋은 결과를 맞이했을것 같진 않다. 역시나 인생의 기준점은 타인이 아닌 내 안에 두되 현실감각을 잃지 않는게 정답이지 않을까.


혹여 단어 속 오해가 있을까 강조하자면 대학원이 아닌 대학교다. 04학번인 내 또래가 교수직을 앉아있는 대학교 물리치료학과로 편입을 했다. 2년간의 학부생활 이후 면허시험을 응시할 예정이고, 차차 스포츠재활 치료사의 길로 걸어가려고 한다. 짧지만 또 마냥 가볍지도 않은 만학도의 길, 그 길었던 준비과정과 그 결정을 둘러싼 많은 일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중심이 되는 아내와의 삶을 얘기한다면 아마 짧진 않지만 또 마냥 무겁지도 않은 글 연재가 되지 않을까?

대.퇴.물 대기업을 퇴사하고 물리치료사가 되는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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