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퇴물 Mar 07. 2021

당신의 건강은 얼마인가요?

퇴사의 이유

건강한 허리의 가격은 얼마 인가? 무릎은?

명품 C사의 핸드백의 가격은 얼마인가? R사의 시계는?

그리고 건강과 명품 중 택일을 하라면 당신의 선택은?


'카톡'  

어느 하릴없는 오후 핸드폰으로 백화점 쿠폰북이 왔다. 심심한 가운데 잘됐다 싶어 메시지를 열고 빠르게 스킵하는데 단돈 500원으로 표기돼 있는 핸드백이 힐끗 지나간다. 잘못 본 건가? 다시 스크롤을 올려 보니 분명 핸드백이 단돈 500원으로 적혀있다.

50만 원짜리 가방이 단돈 500원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했을까? 아마 그 날 일정을 다 제친 채 눈에 불을 켜고 백화점으로 달려가지 않았을까?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회사 생활 중 가장 무서웠던 날을 꼽으라면, 단연코 그 카톡을 보고 달려온 수 백명의 군중을 감내했던 날이다. 그 가방은 구하기 힘든 제품이었고 가격은 실수로 표기된 것이었으며 광고 책임자가 나였단 사실 만으로도 그 날이 내게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500원 동전을 내 던지며 핸드백을 달라는 고객 사이에서 난 한가지 상념만이 멤돌았다.

'나는 언제쯤 고객들이 행복해하는 얼굴을 볼 수 있는걸까..'


인간관계에 있어 상대를 향한 기대감이 클 수록 실망이 크고 , 애초 기대조차 없던 이의 사소한 배려가 참 고마운 것처럼 백화점이란 늘 큰 기대감을 품고 고객이 방문하는 곳이었다. 결국, 첫 인상만 완벽했던 소개팅남 처럼 늘 불만족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맞이 하는게 영업책임자인 내 숙명이었고 일상이었다.

그 사건이 어떻게 수습됐는지 후에 얘기하겠지만, 그날은 비록 해프닝일지라도 내 일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 분수령이 되었다. 난 행복하러 온 곳에서 불행해지는 이들을 만나는 일터에 몸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반면, 앞서 말한 허리 값을 말할 수 있었나? 아파본 적이 있다면 더욱 선뜻 입을 떼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설령 500원이던 치료가 50만 원이 되더라도 결제를 망설이지 않는 건, 등가교환의 경제개념으로 건강을 정의내리기엔 너무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단돈 500원짜리 치료가 있다면 되려 그 신뢰성에 의문까지 생기는 느낌이다.

이처럼 내가 새로 걷고있는 재활치료사의 길은 가치에 쉽게 국한되지 않을 뿐더러 설령 불행하게 왔어도 행복하게 돌려보낼 수 있는 직업이란게 큰 차이점이다. 비유하자면 첫인상은 별로였을지언정 만날수록 진국인 소개팅남이 되었달까?


궁금해 할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결론적으로 핸드백은 20명에게만 판매 했다. 그에 따른 손해는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으며 나머지 고객들에겐 제품 품절로 안내하며 일일이 손에 선물과 차비를 쥐어주어 보낸 걸로 마무리 했다. 단 두 줄로 결론 짓기엔, 20명을 제외한 백 여명의 성난 얼굴과 상사들의 문책에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 치지만, 덕분에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으니 그리 밑진 장사는 아닌 듯 하다.


당신의 건강은 얼마인가? 얼마를 지불 할 수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직업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고생한 오늘 일에 만족하지 않는 다면 다시  한번 깊게 생각 해보는건 어떨까.


P.S C사의 핸드백을 몇백원에 샀던 20명의 행운아 중 한명이 이 글을 읽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떨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