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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udio AccA Jan 17. 2019

편식 주의자의 식탁

편식쟁이 요리사의 이야기

"밥 안 먹으면 위장병 걸린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위염을  달고 살았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뛰어나가 토하기 일쑤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무언가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아침을 굶기 일상이었고, 가리는 것도 많고 먹는 것도 많지 않아 늘 엄마가 하던 말이었다. 어떻게든 밥을 먹이기 위한 협박이었다. 어렸던 나는 무슨 큰 병이라도 걸린 마냥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 왠지 살날이 멀지 않았다며 슬픔에 잠겨 학교를 안 가는 일도 있었다. 그 사실을 안 엄마에게 엄청난 꾸중을 들은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밥을 먹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지금의 나는 그 누구보다 먹는 게 즐거운 사람이다. 그렇지만 살아오면서 그 다양한 요리들을 마냥 다 좋아하지는 않았다. 작은언니와 나는 가리는 게 많았던 탓에 아마도 젤 피곤했던 사람이 우리 엄마가 아녔을까 한다. 

3분 카레를 좋아했던 언니를 위해 카레 한솥을 끓이면 난 입에도 대지 않았다. 피자를 시키면 딸려오는 그 흔한 콜라도 입에 대지 않고 살았다. 자식들이 많은 관계로 엄마가 일일이 신경 써줄 수 없던 탓에 못 먹는 게 있으면 그냥 못 먹고 넘어가야만 했다. 편식이 심했던 언니와 나는 왠지 음식을 가리는 잘못된 식습관을 가진 까다로운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주변에 주며 자랐다. 

이렇게 다 자란 후에야 편식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식의 기호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내가 못 먹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듯했다. 그것을 왠지 부끄럽게 생각했는데, 그것이 꼭 잘못된, 나쁜 것으로 생각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사람마다의 취향이 다른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누구나 하나쯤은 못 먹는 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가짓수가 많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왜 못 먹는가에 대한 이야기나 식재료가 주는 알레르기라든가, 못 먹었던 요리를 먹게 되었다는 하는 단순한 이야기이다. 나와 같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요리사로서 겪는 고충도 함께 담고, 못 먹는 요리를 조금 더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도 함께 소개하고 싶다. 

그저 조금 못 먹는 게 많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 왠지 생선의 눈을 보면 생선을 먹기가 꺼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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