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특이하게 섹스하는 동물

섹스와 결혼의 충돌 #1

앞에서는 결혼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1장에서는 결혼이 어떻게 발명되었고 어떤 단계를 걸쳐 진화했는지, 2장에서는 낭만적인 사랑과 결혼의 결합이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지에 대해 주로 다루었다. 3장에서는 과학의 렌즈를 통해 결혼을 바라볼 것이다. 인간의 성적 습성이 다른 동물 대비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그리고 이것이 일부일처제로 대표되는 인간 사회 결혼 제도와 근본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단언컨대, 인간만큼 섹스를 좋아하고, 특이하게 섹스하는 동물은 없다. 다른 동물들의 경우 섹스의 목적은 대개 생식이다. 반면, 인간은 생식뿐 아니라 쾌락을 즐기기 위해 섹스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의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피임법이 만연한 것은, 인간이 섹스를 하는 주된 동기가 생식이 아닌 쾌락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또한, ‘침대에서 파트너를 만족시키는 법’, ‘오르가즘 느끼는 (혹은 느끼게 하는) 법’, ‘정력을 기르는 법’ 등에 대해 사람들이 은밀하고도 공공연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면 인간에게 있어서 섹스는 출산의 수단이라기보다는 즐거움을 주는 놀이에 가까워 보인다.


섹스를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연관 짓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다. 보통의 동물들은 공공장소에서 당당하게 섹스하고 심지어 이와 동시에 주변의 다른 친구들에게 성적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반면, 인간은 남의눈을 피해 둘 만의 은밀한 공간을 찾는다. 보통의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이 섹스하는 모습을 노출하는 것에 수치심을 느낀다. 수치심은 인간만이 느끼는 고유의 감정이다. (야외 섹스를 선호하거나 노출증과 같은 독특한 성적 취향을 지닌 것은 논외로 하자) 게다가 인간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타인에게 알리는 것 역시 지양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섹스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간은 다양한 체위를 구사할 뿐 아니라 파트너를 유혹하고 세심한 성적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각종 소도구 – 란제리 스타킹, 코스튬, 딜도 등 – 를 동원하기도 한다. (2019년 기준, 섹스 토이 시장 규모는 무려 36조 원이다!) 인간만큼 섹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보노보 (인간과 99% 유사한 DNA를 가진 보노보는 생식뿐 아니라 쾌락을 위해 섹스하는 몇 안 되는 포유류다. 보노보는 시도 때도 없이 섹스하며 심지어 수컷과 암컷뿐 아니라 암컷끼리 섹스하는 경우도 있다.)가 파트너를 성적으로 유혹하기 위해 몸을 치장하거나 주변의 열매, 나뭇가지 등을 사용한다는 것은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


인간의 유전적 특징 역시 다른 동물 대비 특이하다. 인간 여성의 배란은 타인의 눈에 띄지 않은 채 (때로는 본인도 모른 채) 진행된다. 이는 다른 포유류 암컷들이 배란기가 되면 공공연하게 성적 신호를 보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암컷의 성기 주변이 빨갛게 부풀어 오르거나 암컷이 특유의 소리 및 냄새를 발산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배란기에 접어든 포유류 암컷은 적극적으로 성적 신호를 보내는데 암컷이 수컷을 유혹하는 시기는 대개 배란기뿐이다. 그러나 인간 남녀는 (특히 미혼이라면) 시도 때도 없이 상대방을 유혹하기 위해 다양하고도 암시적인 매개체 – 향수, 위트 있는 대화, 지위를 나타내는 표식, 웃음 등 - 를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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