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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돈의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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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Nov 12. 2022

돈의 미래

#28

돈의 시대에 따라 생김새와 형태를 변형하여 진화했다. 조개껍데기가 돈이었던 시절의 원시인이 오늘날 현대인이 사용하는 돈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현대 사회는 신용카드, 전자 지불 결제 수단 등이 발달함에 따라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클릭 몇 번이면 국경을 초월한 신속한 결제가 가능하고, 모바일 페이가 확산되면서 거추장스럽게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어지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은 가속화된 경향이 있다. 심지어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 매장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돈의 미래는 무엇일까? 앞으로 점점 현금과 카드 사용이 줄어들고 모바일 지갑에 탑재된 디지털 화폐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예측하는 바이다. 다만, 그 양상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돈의 미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에 앞서, 디지털 화폐의 분류부터 명확히 해보자. 디저털 화폐의 종류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민간이 발행한 가격 변동성이 높은 암호화폐. 비트코인과 이더가 대표적인 예이다. 두 번째,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국채 등 안전 자산으로 담보물이 설정되어 있어 가격 변동성이 여타 암호화폐 대비 낮은 것이 특징이다. 세 번째, 중앙은행이 발행한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기존의 법화가 디지털 머니의 형태로 바뀐 것이다.


먼저 암호화폐를 살펴보자. 민간이 컴퓨터 코드로 주조한 암호화폐가 미래 디지털 화폐의 주역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테크 낙관론자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트위터, 블록의 창업자 잭 도시는 비트코인에 대한 열성적인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돈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세계는 결국 하나의 단일 화폐를 가질 것이다. 인터넷은 단일 화폐를 가질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이 비트코인이라고 믿는다.” 엘살바도르의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 역시 잭 도시와 마찬가지로 달러 중심의 법정 화폐 시대가 저물고 비트코인이 돈의 미래의 주역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국가 법화로 채택함으로써, 국민들의 해외 송금 수수료를 절감하고 (엘살바도르가 웨스턴 유니언 등 해외 송금 업체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국가 GDP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외국 자본과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엘살바도르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1 개가 넘는 코인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대부분 디지털 화폐라기보다는 투기성 자산이고 10 안에 90%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 나의 견해이다. 다만,  중에서 살아남을 몇몇 암호화폐는 비트코인과는 다른 형태로 돈의 미래에 의미 있는 역할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기축통화로 활용되는 이더가 대표적이다. 플랫폼 블록체인을 표방하는 이더리움 상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고 있고 (스테이블 코인도 그중 하나이다) 이더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수수료로 활용된다. 만약 미래에 메타버스가 활성화되고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중추적인 인프라로 기능한다면, 이더는 돈의 미래에 중요한  축을 차지할 잠재력이 있다.


한편, 민간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의 발전 양상도 흥미롭다. 현재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USDT, USDC, BUSD라는 암호화폐 관련 민간 기업이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디지털 화폐는 달러, 미 국고채, 어음 등으로 담보가 설정되어 있고,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어 있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요한 거래 매개체로 활용되고 있다. 인상적인 점은 USDC를 관리하는 서클의 경우, 블랙록, 피델리티 등 월가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암호화폐 생태계 뿐 아니라 전통 금융 시스템에 USDC 스테이블 코인을 접목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기업뿐 아니라  빅테크 기업도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령, 메타는 자체 스테이블 코인 디엠의 청사진을 발표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페이스북의 유저가 약 30억 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디지털 국가의 기축 통화로 자리매김할 잠재력이 있었다. 메타 CEO 마크 주커버그는 메타버스로의 대대적 전환을 선언하며 (그는 회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었다) 디엠 프로젝트를 밀어줬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기축 통화를 만들겠다는 마크 주커버그의 야심 찬 계획은 각 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글로벌 결제 기업인 페이팔 역시 스테이블 코인 사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이팔  CEO 댄 슈먼은 돈의 미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는데 공감이 가는 바이다. “10년 뒤, 당신은 현금 사용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모든 형태의 결제가 모바일로 집결될 것이다. 결제 형태로서 신용카드는 없어질 것이고 당신은 모바일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신용 카드보다는 모바일 훨씬 많은 가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발생하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종이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종이돈을 찍어내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화폐의 출현이다”


한편, 디지털 화폐 주권을 민간에 뺏기지 않기 위해 중앙은행 역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약 90% 가 CBDC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가 가치를 보증한다는 점에서 CBDC는 여타 민간 디지털 화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돈의 미래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할 CBDC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약한 화폐를 가진 국가는 CBDC를 도입해봐야 별다른 효력이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만약 아르헨티나 시민이라고 해보자. 연 4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율 때문에 자국 화폐를 보유하는 것 만으로 가난해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페소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뱅크런이 발생한 레바논의 경우, 디지털 레바논 파운드 역시 화폐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CBDC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프라이버시다. CBDC가 활성화되면 국가는 시민들의 경제 활동을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하는 디지털 빅브라더로 거듭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같은 권위적인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도입할 경우, 반체제적인 시민들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거나 심지어 돈을 몰수하고 경제 활동을 원천 차단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CBDC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중국인데, 텐센트, 알리바바, 화웨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중국 CBDC 연구 및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CBDC에 적극적인 이유는 미국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과 동시에 자국 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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