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아이, 속도에 맞게 가는 아이》
일요일 오후 1시 30분.
수는 서둘러 운동화를 신고 학원으로 향한다. 어깨에는 각종 대본이 구겨져 있는 가방, 손에는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물 한 병.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끊임없이 대사를 외우며 입을 움직이는 열다섯 살, 수.
그날도 여느 일요일처럼
수는 2시부터 4시까지 특강,
그리고 중간에 끼니 한 번 대충 때우고,
밤 9시까지 개인 연습실에 콕 박혀 대사 리딩과 발성 연습을 반복한다.
"형, 너는 무슨 주말도 없냐?"
쿤은 옆에서 슬리퍼를 질질 끌며 묻는다.
그 말투에는 살짝 걱정 반, 부러움 반, 그리고 1g쯤의 비꼼이 섞여 있다.
수는 잠깐 멈춰서 형다운 눈빛으로 말한다.
"나는 빨리 가는 중이야.
너는 그냥 오는 거고."
"뭐래...?"
쿤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킥킥 웃지만,
사실 그 말은 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수, 빠른 아이의 고민
사실 수는 자신이 빨리 가는 중인지, 빨리 소모되고 있는 중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또래보다 한해 일찍 입시 학원을 다니며 올해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성대모사도 잘하고, 웃기기도 잘하지만,
가끔은 연습실 거울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이
'진짜 연기자'인지, 그저 '노력하는 아이'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있다.
"형, 형은 왜 그렇게 빨리 달리는 거야?"
쿤이 물었을 때, 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빨리 가면... 일찍 도착할 거라 생각해.
그런데 어떨 땐, 도착해서 뭘 해야 할지 더 모를 수도 있다는 고민도 있어."
쿤, 제 속도에 맞게 가는 확신
반면 쿤은 다르다.
열네 살이지만 이미 중졸 검정고시를 끝내고,
이제는 작가 지망생. 이야기를 쓰는 아이,
상상에 빠지면 주변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글을 쓰다 보면 밥 먹는 것도 잊는 아이다.
그는 천천히, 느리게, 하지만 깊게 성장 중이다.
"형처럼 빡세게 살진 않아도, 난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어."
"언제?"
"곧. 아니, 나중에. 아니, 지금도 쓰고 있어. 몰래~~~."
"그게 뭔데."
"내 이야기. 형 얘기도 있어."
수는 그 말에 웃었지만,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두 속도 사이, 엄마의 균형
이 두 아이를 동시에 케어하는 엄마 유진.
주말에도 이어지는 수의 빡빡한 학원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도대체 오늘이 일요일인지 수요일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가끔은 가족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가는 현실이 미안하지만,
수의 뒷모습을 보면 '빨리 가는 아이에게는 쉼표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쿤을 보면 '천천히 가는 아이에게도 응원이 필요하겠지' 하고 다짐한다.
눈앞에서 잔소리하지 않고,
뒤에서 살며시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아휴~~ 버럭버럭 또 앞서가고 말았다.
둘의 속도에 따라, 각각의 시간표와 온도에 맞춰 살아가자 오늘도 마음먹지만
엄마가 처음이라 큰소리는 쳤는데
결국 아이들과 함께 같은 속도로
나도 성장하는 중이다.
빠른 건 정답일까? 느린 건 틀린 걸까?
밤 10시. 수가 연습실에서 돌아온다.
쿤은 벌써 잠들었고, 책상 위엔 자기가 쓴 시 한 편이 펼쳐져 있다.
형은 시속 100km로 달리는 버스,
나는 발이 느린 자전거.
언젠가 도착지에서
같이 라면 한 그릇 먹자.
수는 미소 지으며 쪽지를 조용히 접어,
쿤의 베개 옆에 올려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빠르든 느리든, 우리가 같이 간다면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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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잘 살아냈다...^^
주브로네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