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몇 등 했어?"
입시 준비 중인 수에게 던지기엔
너무 위험한 질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난 그만, 그 말을 꺼내고 말았다.
첫 번째 모의테스트에서
1등을 했던 기억이 너무 반짝거려서,
그 빛을 또 보고 싶었던 거다.
수는 가방을 벗지도 않은 채,
슬쩍 고개를 떨군다.
"6등…"
"오! 잘했네!"
나는 반사적으로 박수를 쳤다.
하지만 수의 눈동자엔 박수 소리보다 더 큰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고요하고, 단단한 무언가.
"첫 번째 땐 1등이었는데…"
작게 흘러나온 말에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 아이는 6등이 속상한 게 아니라,
‘더 잘하고 싶었던 마음’을 스스로 다잡고 있었구나.
수는 15살.
아직 중학교 2학년 나이.
하지만 나는 종종 헷갈린다.
이 아이가 나보다 더 어른 같다.
두 달 전, 수는
"몸이 무거우면 마음도 늘어져"라며
체중 감량을 스스로 선언했다.
그리고 진짜 10kg을 뺐다.
엄마인 나는 간헐적 단식 3일도 못 가는데,
이 아이는 매일 연습실에 가서
무용 연습 1시간,
뮤지컬 보컬 연습 1시간, 자유연기 1시간,
그게 끝나고 또 대사 연습과 자세 교정까지 한다.
내가 뭐라도 도와주고 싶어
식단 관리를 위해 닭가슴살, 계란, 두유, 현미밥, 바나나를 챙긴다.
종종 수에게서 나의 어릴 적 꿈을 본다.
하고 싶었지만 겁이 나서 포기했던,
도전하고 싶었지만
'평범하게 살아야지' 했던 그 마음들.
수는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6등.
22명 중 6등.
사실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 순위다.
하지만 수에게 6등은 그냥 숫자가 아니라
지금껏 쏟아부은 시간과 땀의 무게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수에게 말했다.
"수야, 6등도 잘한 거지만
엄마는 네가 1등 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자랑스러워."
수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자기 방으로 들어간 아이는
다시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자유연기 장면, 조금 바꿔보고 싶은데 봐줄래?”
그 말에 나는 마음이 이상했다.
위로를 주었는데, 되려 위로받는 기분.
이 아이는 늘 그렇게, 조용히 일어선다.
멋지게 넘어지려 하고,
더 멋지게 다시 일어난다.
이 아이가 1등을 해서,
좋은 학교에 가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달리는 게 결코 아니라는 걸.
자기 자신을 더 좋아하기 위해
달리는 중이라는 것을.
등수보다 빛나는 게 있다.
결과보다 단단한 게 있다.
수의 눈빛.
지치지만 포기하지 않는 그 마음.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이기려는 그 자세.
그게 바로,
우리 수가 가진 진짜 1등의 가치다.
5개월이 남은 입시 준비
그 과정이라 조바심도 나고
지루한 매일의 연속일지 모르지만
꽤 의젓하게 해내고 있는
아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