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자살

by 책마법


이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비겁하고도

불쌍한 자살 사건이다.

이 세상엔 괴물들이 있다.

사람을 잡아먹고, 마을을 부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게 바로 괴물이다.


그리고 괴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자,

그들을 우리는 ‘영웅’이라 부른다.


영웅이 되는 건 단순하다.

괴물을 죽이면 된다.


하지만 괴물을 죽인다고 해도

그 전투에서 살아남는 이는 드물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웅이 어떤 짓을 해도 눈 감는다.

영웅이 된다는 건 그만큼 어렵고,

살아남는다는 건 더더욱 힘든 일이니까.


영웅은 혼자 괴물에게 가지 않는다.

늘 곁엔 동료들이 있고, 그 동료들 또한 영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많은 영웅들 중 단 한 명만이 마을로 돌아왔다.


비에 젖은 축축한 마을

살아 돌아온 그를 바라보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야 저딴 놈이 왜 살아있는데?”

“그러게… 그냥 확 죽어버리지.”


사람들은 하나가 된 듯

손가락질하며 그를 욕했다.

.

.

마을로 돌아가기 전,

그와 동료들은 괴물들을 베며 숲을 지나갔다.


그는 언제나 맨 앞에서 괴물을 마주했지만,

등 뒤에 동료들이 있다면 두렵지 않았다.


숲의 끝. 그곳에 있는 건

커다란 절벽 하나뿐이었다.


그 절벽 앞에 도달하면

오늘의 임무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절벽도 보이고”


“근데… 왜 우리는 절벽 밑까지는 안 내려가지?”

“저 아래는 다른 마을 영웅들이 관리하는 구역이야.

우린 내려갈 필요 없어.”


동료의 물음에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

동료 한 명이 목을 조른 채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황급히 고개를 완전히 돌리자

그곳엔 온몸이 검은 털로 뒤덮인

커다란 괴물이 서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동료들 역시

스스로 목을 조르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비명은 없었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조용한 죽음이었다.


너무도 순식간이었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다가 떨어지려는 동료를 붙잡았다.


“야! 정신 차려! 검… 빨리! 검 들고!”


그때, 괴물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붙잡고 있던 동료가,

그를 밀치고 스스로 떨어졌다.


넘어진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괴물을 올려다보았다.


“너도 저렇게 되고 싶나?”


괴물이 홀로 남은 영웅에게 물었다.


말하는 괴물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영웅은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 살고 싶다. 제발… 살려줘.”


영웅은 무릎을 꿇었다.

검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며,

목숨을 구걸했다.

.

.

어릴 적,

그는 괴물에게 가족을 잃었다.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죄책감에 시달렸다.


“왜 나만 살아남은 걸까.”

늘 그렇게 자책하며

죽은 가족에게 매번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결국 지친 그는, 스스로 생을 끊으려 했다.

그때 한 노인이 말했다.


“죽지 마라,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그렇게 미안하면 살아서 먼저 간 가족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지.”


그 말은 그의 삶을 바꿨다.

그리고 영웅은 결심했다.


어떤 이유든, 살아남겠다고.

.

.

“내가 악이 되겠다.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살려줘.”


눈물을 흘리며

비굴하게 고개를 내린 영웅의 모습을 본 괴물은

피식 웃었다.


“그게… 네 대답이냐?”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발…”


“풋.”


괴물은 웃고, 사라졌다.


영웅은 살아있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몸이 떨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괴물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곳엔 마을이 있었다.


영웅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심하며 마을로 돌아갔다.


하지만 영웅을 맞이한 건 박수가 아니라

비난이었다.


“동료들은 어쩌고?”

“네가 죽였냐?”

“왜 너만 살아있냐고.”


영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허공만 바라보았다.

죽은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그 괴물을 생각하면서 욕을 먹었다.


그리고 천둥이 치던 밤.

영웅은 결국 처형대에 올랐다.


절벽에서 목숨을 구걸하던 날처럼

그날도 비가 내렸다.


빗방울은 누군가의 눈물처럼 조용히 떨어졌다.


마을은 침묵했고,

영웅은 고개를 숙였다.


“… 살고 싶었을 뿐이야.”

영웅은 죽는 그 순간에서도 살고 싶었다.


이 세상엔 영웅이 어떤 짓을 해도 무죄라는 법이 있다.

그건, 절대 깨지지 않을 법이었다.


하지만 이 마을은 그 법을 어겼다.

영웅을 처형했다.


그리고 진실을 숨겼다.


세상에 알려질까 두려웠던 마을은

이 사건에 이름을 붙였다.


“영웅의 자살 사건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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