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라는 직업

by 정민유


" 앗 제 속마음 다 들키는 거 아니에요?"


내가 심리상담사라고 소개하면 제일 많이 들었던 반응이다. 자신의 숨기고 싶은 내면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똑바로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어느 정도 맞고 어느 부분은 틀리다.


어떤 교수님이 심리상담사는 점쟁이 빤쓰를 입고 있어야 한다고 해서 웃었던 적이 있다.

상담사는 점쟁이가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들보다 관찰력이 뛰어나고 민감성이 있어서 사람들의 말투 나 표정 하나하나를 더 유심히 보고 그것들을 종합해서 그 사람의 성향을 유추한다.


심리상담사를 보는 또 다른 시각은 깊이 있고 성숙하고 자신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살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사람들이 나더러 우아하고 차분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장난끼 많고 성격 급하고 감정기복도 심한 면도 많은 사람이다.

초보 상담사일 때는 상담사라는 가면을 일상생활에서도 쓰고 살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뭔가 답답하고 자연스럽지 않았다. 이젠 상담할 때만 상담사이고 평소엔 그냥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인다.




10년 이상 다양한 내담자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왔으니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데이터가 많겠지.. 상상하기 힘든 상처를 견디며 죽지 않고 살아오신 분들도 많다. 그 삶의 여정을 들으며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유독 많았다.

어떤 사람이 무슨 행동을 할 때 과거의 어떤 경험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 행동을 하게 했는지 이유를 찾아내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상담 초기엔 그런 정보들을 입력하고 분석하고 하느라 엄청난 정신에너지가 사용된다.


처음 보는 사람도 내 앞에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술술 털어놓는다.

어쩌면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속마음을 얘기하는 게 더 편한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힘든지도 모르고 살아왔던 사람들은 상담을 하며

" 왜 이렇게 눈물이 나죠?" 하며 의아해하기도 한다. 스스로 자기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감정을 못 느끼면서 살아와서 그렇다.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내담자의 내면을 여행하며 탐색한다.



" 넌 뭐 할 때가 제일 좋아?"

어제 오랜만에 만난 베프가 질문을 했다.

" 난 깊이 있는 속 깊은 대화를 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

맞다. 난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속 깊은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냥 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깊이 있는 내면의 대화 말이다.


상담은 내면의 대화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고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해결책을 스스로 찾도록 돕는다. 오랜 시간 심리상담사로 살면서 자신에 대한 이해,, 타인에 대한 이해, 대인관계 기술의 향상등 얻는 것들이 참 많았다. 그러니 난 가장 재미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사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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