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부부의 부부상담

by 정민유


3개월 전쯤 70대 노부부를 상담했다.

부모님 사이가 너무 안 좋고 다투시니까 자녀분이 상담 신청을 하셨다.


젊은 시절 남편에게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 아내분이 우울증이 심하게 오셔서 남편분에게 말도 안 하고 싸늘한 눈빛으로 대하셨다.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어머니 셨기에 자식들도 어머니한테만 따뜻하게 대했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도 가족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우울증이 생기셨다.


상담실에 들어오셔서 멀리 떨어져 앉으셨고 두 분 다 표정은 경직되어 있었다.

아내분은 남편이 너무 가정에 무관심하고 집안일을 하나도 도와주지 않아 너무 힘들다고 말씀을 시작하셨다.


"내가 아파서 누워 있어도 생전 어디 아프냐? 물어보지도 않고 사람이 뭘 먹는지 관심도 없어요.

그리고 자기 먹을 건 혼자서 다 챙겨 먹고요"

"평생 밥하고 집안일 하느라 몸도 아프고 기운도 없는데 생전 도와줄 생각도 안 하고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남편분은 유교적인 분위기에서 자라셔서

가사일은 당연히 아내가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고 사셨다. 그래도 최근에는 도와주려고 하면 잘 못한다고 야단을 맞으니 더 안 하게 된다고 하셨다.


게다가 젊었을 때 외도와 도박을 하셨던 경험이 있으셔서 아내가 그 얘기를 꺼내자 마음이 편치 않아 보이셨다.

"젊어서 돈을 잘 벌었는데 도박으로 다 날렸어요.

친구 좋아해서 돈 꿔줬다가 받지도 못하고요"

"그리고 시어머니가 나를 엄청 미워했어요.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그런데도 남편은 한 번도 내 편을 들어준 적이 없어요"


아내분은 그동안 쌓였던 상처와 억울함, 분노를 계속해서 쏟아내셨고 그러는 동안 남편분은 눈을 감고 듣고만 계셨다.




아내분이 가장 상처가 되는 게 외도한 여자를 찾아가 막 때리려고 하는데 시어머니가 그 여자를 못 때리게 막으시면서 "차라리 나를 죽여라!!" 고 하셨다는 거다.

자식을 넷이나 난 며느리 편을 들어주시는 게 아니라 외도한 여자 편을 드는 시어머니를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시며

"내가 이러고 산 사람이요.." 하시는 눈빛에서 가슴이 저릴 정도의 아픔이 느껴졌다.


오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살면 화병이 생긴다.

부정적 감정을 쌓아두고 누르고 살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이자가 붙어서 점점 더 커지게 된다.

그래서 아내분은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으셨고 남편분도 가족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고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아내에게 상처를 받아 우울증이 생긴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런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개선하시고자 상담에 오신 것이 너무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며칠 전 2달 만에 상담을 오셨는데 아내분 얼굴이 밝게 빛났고 예뻐지셨다.

남편분도 훨씬 부드러운 표정으로

"요즘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하셨다.

아내분도 "이 사람이 집안일도 도와주려고 노력을 해요."

상담을 4~5회 했을 뿐인데 이렇게 좋아지시다니!!


처음에 70대 부부상담을 한다고 했을 때 부담스럽고 변화가 잘 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관계가 빨리 회복된 게 신기했다.


"두 분 이제 남은 여생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행복하게 사셔야죠. 사이좋아지신 모습 보니 저도 너무 좋네요"

두 분의 상담을 마치며 흐뭇한 마음에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나가시는 두 분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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