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교회를 데려갔던 친구
내 기억으론 초등학교 4학년 전에 하나님의 존재를 어디에서도 접한 적이 없었다.
4학년 때 난 기독교 초등학교로 전학을 했다. 3학년까지 다니던 초등학교가 멀리 옮겨가는 바람에..
전학 간 학교에선 목요일마다 강당에서 전교생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아마 그때 처음 하나님을 알게 되었으리라. 목사님 말씀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린이 찬송가'라고 쓰여진 작은 책에 있던 찬송가는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사랑으로 우리를 길러주시는
고마우신 하나님 우리 하나님
예배하는 한 시간 기쁜 마음으로
작은 입술 벌려서 찬송합니다."
교목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여 기도를 하고 모두 한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는 예배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나에게 하나님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갔다.
그리고 3년 내내 매일 같이 다니던 같은 동네에 사는 단짝친구가 있었다. 동네 피아노 교실을 같이 다니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전학하는 날 담임선생님이 날 인사시키는데 그 친구가 알아보고 조용히 환하게 웃어주었다.
처음 가는 낯선 학교에서 만난 그녀는 나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그 친구 덕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둘이는 매일매일 붙어 다녔다. 아이들이 그런 우리에게 '하마와 악어'란 별명도 지어주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자기가 다니는 교회를 가보자고 했다. 나도 솔깃했다. 부모님께 여쭤보니 부모님도 크리스천이셨기에 승낙을 하셨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교회라는 곳에 첫발을 디디게 되었다.
드디어 주일날이 되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중앙극장 앞에 내렸다. '두근두근.. 교회라는 곳은 어떻게 생겼을까..?' 내 마음은 설레었다. 하지만 내겐 친구가 있으니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명동에 있는 교회였다. 교회 이름은 "향린교회"라고 기억한다. 주일학교 전도사님이나 반 선생님, 친구들 아무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남아 있는 교회의 이미지는 밝고 따뜻함이었다.
주일학교 교실이 교회 2층에 있었는데 창을 통해 들어오는 봄 햇살이 너무나 따사로워서 그 순간, 그 장면이 사진 찍듯 내 기억 속 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아련한 유년기의 기억이다.
그 이미지가 하나님의 존재와 오버랩이 되어 나에게 하나님은 한없이 따뜻하신 분으로 기억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몇 달이나 교회를 다녔을까? 아니면 단지 몇 주만 갔었는지도 모른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때쯤 친구는 여름성경학교를 한다면서 나더러 같이 가자고 했다. 집을 떠나 2박 3일 자고 오는 건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몇 번이나 가자고 했지만 난 간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교회를 흐지부지 안 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때 생긴 믿음은 내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성령님이 내 마음에 빛을 비춰주셔서 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몇몇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기도실에 가서 기도를 드리는 아이로 변할 정도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난 얼마나 순수하게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을까? 참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날 전도했던 그 친구를 30대 후반에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네가 날 전도해서 처음으로 교회를 갔었던 거잖아"라고 했더니
그 친구는 그 사실을 기억조차 못했다. 하물며 산부인과 의사로 당당한 삶을 사는 그 친구는 너무 바빠서 교회를 못 가고 있다고 했다.
그 당시는 일주일에 교회를 3~4번씩 갈 정도로 열심히여서 그 말을 듣고 너무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바빠도 그래도 예배는 드려야지."라고 말하는 내게 그 친구는 대답 대신 " 가긴 가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친구와 헤어져서 집으로 오며 그 친구가 다시 교회를 다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나에게 하나님과 교회를 알게 해 준 친구인데 지금은 사는 게 바빠서 하나님을 떠나 있지만 믿음이 회복되어 다시 교회를 다니게 해 주세요'라고...
지금은 그 친구와 연락이 끊겼지만 언젠간 다시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기독교학교로 전학을 하지 않았다면?
그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하나님을 만났을까?
하지만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모든 게 우연이 아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