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세례를 받고 싶었지만..

by 정민유


중학교는 명동성당 옆에 있는 학교로 배정이 되었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많은 수녀선생님들이 계신 학교였다.


천주교는 기독교와는 다른 이미지로 내게 다가왔다. 입학하고 첫 미사를 드렸던 것 같은데 명동성당에 들어가는 순간 고요하고 경건하고 모든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들어가는 입구에 성수를 손가락에 찍어 이마, 가슴, 양쪽 어깨에 찍어 십자가를 그린다. 그 물이 내 몸에 닿으면 나도 깨끗하게 정화되는 것 같았다.

성당의 공기는 문 밖의 공기와는 다른 청정 공기처럼 느껴졌다.


한마디로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천주교인들은 미사 때 하얀 레이스로 된 수건 같은 걸 머리에 쓰고 미사를 드렸는데 그게 너무 예쁜 거다.

'나도 천주교 신자가 되고 싶다..'란 마음이 그때부터 마음속에 싹을 틔운 것 같다.




우리 중학교는 규율이 엄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유명 백화점들이 있었는데 학생출입금지였다. 입학 전에 백화점을 갔다가 중학생 언니들이 규율부 샘한테 잡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중학교는 엄청 무서운 곳이구나...'라며 긴장했다.


그리고 방학이 지나고 나면 교내 방송으로 교장수녀님이 판사처럼 말씀하시는 거다.

"ㅇ학년 ㅇ반 ㅇㅇㅇ 퇴학,

ㅇ학년 ㅇ반 ㅇㅇㅇ 정학..."

와... 처음엔 진짜 그 목소리가 무서웠다.


게다가 교복 카라는 하얗고 빳빳하게 풀을 먹여야 했고 실내화도 새하얗게 빨아서 신어야 했다. 아침 등교 때마다 선도부 학생들이 교문에 서서 복장불량인 학생들을 잡았다.

겨울엔 목도리, 장갑 색깔도 검정, 회색, 밤색으로만 해야지 다른 색은 걸렸다.


이런 엄한 규율에도 불구하고 난 점점 더 천주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수녀선생님들의 인간적인 모습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특히 1학년 때 국어 수녀님이 제일 좋았다.

새하얀 얼굴에 눈, 코, 입이 다 인형처럼 예쁘셨고 말씀도 사근사근 예쁘게 하셨다.

천사를 본다면 국어수녀님 같지 않을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1학년, 2학년 담임수녀님들은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었는데 처음엔 좀 무서웠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분들의 따뜻한 인성에 끌려서 좋아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수녀님이 항상 머리에 쓰고 다니시는 그걸 벗으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기도 했다.

세속에 물들지 않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수녀님들의 세계를 동경했던 것이리라.


그리고 수업 중인 낮 12시가 되면 전체가 다 일어나서 '성모송'을 읊조렸다. 나에겐 모두가 새롭고 신선했다.



중 2 때 가장 친하게 지내던 단짝친구도 신기하게도 천주교신자였다.

중2 여름방학 때 그 친구와 함께 '피정'을 갔다.

피정은 조용한 장소에 가서 가톨릭 수련생들이 훈련을 하는 것을 지칭하는데 아마도 학생들을 프로그램이었던 듯하다.


가서 뭘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내 마음에 남는 이미지는 조용하고 평안했다.

피정에 가서 처음으로 신부님을 만나보았는데 수녀님들처럼 나에겐 인간적으로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3학년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천주교 세례를 받는 걸 신청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천주교에 대한 좋은 경험을 통해 세례를 받고 싶어졌다. 엄마에게 그 의견을 말했더니 엄마는 단번에 안 된다고 하셨다.

어떤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기독교나 천주교나 다 같은 하나님을 믿는 거 아닌가?' 그런 의문이 생겼으나 착한 딸이었던 난 그걸 입 밖으로 말하진 못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경건하고 순결한 느낌의 성당과 환하게 웃어주시던 수녀님의 얼굴이 오버랩되며 사춘기 시절의 아련한 기억으로 소중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