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는 기독교, 중학교는 천주교,
설마 고등학교는 불교?
맞다. 고등학교는 강남에 있는 신설 고등학교로 배정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불교학교였다.
그것도 듣도보도 못한 '진각종'이라는 불교.
스님이 머리도 깍지 않고 양복을 입고 결혼도 한다고 했다.
일본에서 들어온 불교라고 했다. 학교 과목 중에 '심학'이라는 종교과목이 있었는데 가부좌로 앉아서 양손을 아래, 위로 이어지게 잡고 "옴마니 반메훔"이란 말을 중얼중얼하게 했다.
그러다가 허리가 구부러지면 심학샘이 대나무로 만든 기다란 걸로 허리를 피라면서 "착"소리가 나게 등을 치셨다. 아마 교리 공부도 하고 시험도 봤던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 한참 기독교 신앙이 뜨거워지신 엄마는 처음 들어본 불교학교에 배정이 되니 울듯이 속상해하셨다.
난 그래도 같이 과외를 했던 친구랑 같은 학교가 돼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 친구랑 집은 한 정거장 차이가 났지만 3년 내내 거의 등하교를 같이 할 정도로 붙어 다녔다. 그야말로 단짝친구가 되었다.
눈이 커다랗고 날씬하고 밝고 명랑한 친구였다. 그 친구랑 같이하면 뭐든 신나고 재미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친구 집안은 불교였다.
고1 때 음악선생님이 새로 부임하셨는데 갸름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끼신 준수한 외모의 총각선생님이셨다. 친구와 난 특활반으로 그 선생님이 담당하시는 합창부를 들었다. 물론 사심을 가지고..
그런데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자 합창부에서 갑자기 '찬불가' 연습을 하는 거다. 알고 보니 부처님 오신 날에 진각종 제일 높은 분을 모신 절 같은 곳에 합창부 모두 한복을 입고 찬불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찬불가를 연습하고 온 날은 집에 돌아와서도 그 노래가 맴돌았다.
"부처님 전에 모든 것을 바쳐~~" 이렇게 부르는 날 보며 엄마는 막 화를 내셨다.
엄마에 대한 반항심을 그렇게 표출했으리라.
부처님 오신 날 난 연보라색 한복, 그 친구는 연분홍색 한복을 입고 진각종 절에 가서 열심히 연습한 찬불가를 불렀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그 당시 난 초등학교 시절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거의 없어져버린 상태였다. 고 1 때 담임선생님이
"종교란 죽음을 앞둔 인간이 그 두려움을 잊기 위해 만든 하나의 도피 수단이다"라고 하신 말이 마음속에 깊숙이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가 같이 가정예배를 드리자고 하거나 예수님 얘기만 하시려고 하면 핑계를 대고 줄행랑을 쳤었다.
사실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하나님이 안 계신 것처럼 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주님이 얼마나 안타까워하셨을지...
이 글을 쓰며 주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주님은 이런 나를 한순간도 떠나지 않으셨다는 걸 이제는 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학교를 다 다니게 되었던 것도 흔치 않은 경험이었지만 결국은 돌다 돌다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셨다.
역시 하나님의 섭리는 우리의 머리로는 다 이해할 수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