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민유 Mar 15. 2024

강릉 이사 날짜가 잡혔다

예상치 못한 감정


"강원도에 살고 싶다"라고 노래를 부르던 우리 부부.

드디어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올해는 기필코 강릉에 가서 살리라 마음을 먹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저희 강릉에 갈 거예요."라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크게 현실감을 느끼진 않는 듯했다.


그 꿈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1월 초에 가게들이 정리가 되었으니 이제 지금 사는 집의 세입자만 들어오면 이사를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모님 아까 집 보고 가셨던 분들이 계약하겠다고 하시네요."

이틀 전 집을 보러 왔던 분들이 계약을 하겠다는 부동산중개인의 전화를 받고 순간 망설이며

" 입주는 언제 하신대요?"라고 물었다.

" 4월 25일에 이사하신대요."


'이렇게나 빨리?' 망설이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행시키라고 했다.

"네 그럼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라는 말을 하면서 미세한 가슴떨림이 느껴졌다.


'드디어 강릉에 가게 되었구나'

이렇게 쉽게 세입자가 들어오게 되다니!

복잡한 감정들이 가슴에서 순간적으로 믹스가 되어

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일단 처음 들었던 감정은 '슬픔'이었다. 나에게 서울은 고향이니까 정든 곳을 떠나게 된 '슬픔'.

지금까지의 모든 인연을 뒤로하고 떠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부모, 형제, 자녀, 친구, 지인들..


그다음은 '두려움'이었다.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라곤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대학원 후배샘말고는 아무도 없다. 낯선 곳을 가서 산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올라왔다.


그리고 세 딸들에 대한 '미안함'이 느껴졌다. 아마 가장 큰 감정이리라. 특히 출산을 앞둔 둘째 딸에게

죄책감이 느껴져 마음이 미어졌다. 아기를 낳는데 엄마가 지방으로 떠난다니 얼마나 서운할까?

둘째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마음을 조심조심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결국 울음이 터져 나왔다.


소연아...

아기가 태어나는데 엄마가 이사를 하게 돼서 너한테 너무 미안하다 ㅜㅜ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미안해...

미국에 있을 때도 신경 잘 못써주고, 한국 들어왔을 때 이혼하고..

아기 낳게 되었는데 이사 가고,

엄마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하다

시부모님이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긴 하지만 그래도 네 마음이 얼마나 서운할지...

엄마 용서해 줄 수 있을까..?


그동안에도 순간순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결정이 된 순간 부정적인 감정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강릉으로 가게 된다면 마냥 기쁠 줄 알았다.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 일이었는데 슬픔, 두려움, 미안함이 먼저 올라오니 당황스러웠다


주위 분들에게 이사날짜가 정해졌다는 연락을 했다. 대부분 서운해하고 아쉬움을 표현해 주셨다. 마냥 축하만 할 수는 없었나 보다. 서운해해 주시니 한편으론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그러면서 눈물이 쪼르륵 흘러내렸다. 


어딘가로 떠난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구나.. 익숙함을 뒤로하고 예측불가능함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니까. 또한 모든 관계에 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2달 전에 기도응답으로 주신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여호수아 1장 9절 말씀>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두렵고 떨리더라도 한발 한발 걸어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막상, 상담을 하지 않는 삶이 낯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