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죽고 싶은 이유: 우울증상담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

by 정민유

과보호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모범적인 아이들은 착하고 순종적으로 말 잘 듣는 아이로 자라난다.


그런 부모의 기대에 무의식적으로 부담을 느끼면서도 그걸 거스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미 착한 아이로 길들여졌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은 특별한 사춘기도 없이 자라난다. 그러다 진짜 성인이 되어야 하는 시기에 와서 어떻게든 문제가 생긴다.


겉으로 봐선 아무 문제없는 소영 씨.

학교도 잘 다니고 친구관계도 괜찮고 집에서도 밝게 웃는 그녀의 마음은 오래된 우울로 고통스러웠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며 살고 있었다.


처음 상담실에 온 그녀는 중간 키에 단발 머리, 약간 통통한 몸매에 투박한 안경, 중성적인 느낌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글서글한 말투로 우울한 느낌이 거의 없었고 잘 웃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랜 우울로 정신과 진료와 약을 먹는 상태였고 상담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20대 이후에 끊임없는 자살사고와 습관적으로 손목을 긋는 행동이 있었다.


"그렇게 손목을 긋고 나서 어떤 느낌이 드나요?"

"시원해요. 살아 있다고 느껴져요"

"정말 자살하고 싶은 거예요?"

" 잘 모르겠어요.. 그냥 사라져 버리고 싶어요.

살아야 될 이유를 모르겠어요."

"한번 상처를 보여주세요."


담담히 손목을 보여주는 그녀.

상담 초기에 이렇게 죽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다각도로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6~7번의 상담을 통해 죽고 싶은 이유를 탐색해보고 알아낸 결과는

"어차피 내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인생인데 벗어나려면 죽는 수밖에 없다." 였다.


정작 상담에 오신 부모님은 딸이 우울하다는 것도 인정하시지 않으셨고 자신들이 그렇게 통제한 적이 없으시단다.

그냥 보통 가정에서 하는 정도의 관심이라고...


특히 아버님은 “우리 딸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라며 강하게 반박하셨다.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한데 집에서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얼마나 애를 썼으면 아버님께서 따님이 우울한 줄도 모르셨겠어요?”

“그러니까요! 우리는 진짜 친하고 매일 카톡 하고 장난치고 그런다니까요”

“남자친구랑 해야 할 일을 아버님이랑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럼 언제 남자친구를 사귀겠어요?”

딸이 성인이 되려는 걸 막고 있으셨던 거다. 마냥 품 안에 자식으로 함께 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이런 부모 밑에서 양육을 받으면 독립적인 성인으로 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과도한 사랑도 건강한 사랑은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색깔이 있다.

그런데 자녀의 색깔이 부모 마음에 안 들면 부모의 색깔로 자녀들의 색을 죽이려고 한다.

힘이 없는 자녀는 그래야 하는 줄 알고 그렇게 부모의 색으로 자신의 색을 잃어간다.


자신의 색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생명력을 잃어간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 그녀의 고유한 색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녀가 엄마에게 한 말이다.

"날 안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 말을 들으며 참 마음이 아팠다. 오죽하면 저런 말을 할까..?

그만큼 인간에게 자율성이라는 게 중요한 것이다. 사실 간섭하고 싶어도 믿고 기다려줄 줄 아는 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대학을 간 이후에도 통금시간이 있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통제하는

부모님들의 관심과 사랑이 겉에서 보기엔 그저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었던 거다.


상담을 통해 그녀가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을 할 수 있고 진정한 자율적인 삶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왔다.

부모님들도 자녀가 독립적인 성인이 되는 것을 힘들지만 도와주도록 부탁을 드렸다.


상담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그녀는 보라색으로 염색을 하고 나타났다.


"지금도 죽고 싶어요?"

" 아니요"

우리는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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