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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Oct 19. 2024

사천해변의 '츄르'라는 이름의 고양이

새로운 묘연


아내와의 오전 해변 걷기.

따사로이 아침 햇살을 쬐고 있는 '츄르'를 발견했다. 츄르는 아내가 우연히 마주친 길냥이다. 처음 마주친 날. '냥냥' 거리는 '미묘'에 마치 나를 처음 본 순간처럼 한눈에 반한 아내는 편의점에서 냉큼 사 온 츄르를 미끼(?)로 유혹했지만 아직 새끼였던 녀석은 낯선 손길에 화들짝 물러섰다.


아내는 그 뒤로 상사병을 앓았고 매일 아침이면 해변 어씽을 핑계 삼아 츄르를 만나러 바지런히 싸다녔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짐짓 애교라고는 눈곱 치도 없는 우리집 딤섬이(서열 2위 ) 동생으로 입양하고픈 속셈이었을게다. 모처럼 다시 만난 츄르는 걱정과 달리 제법 잘 자랐고 활달해 보였는데 먹을 것을  줬던 아내의 목소리를 반겼고(고양이는 절대 기억력을 지녔다) 활달하게 굴었다.


아내는 우리 딤섬이가 구경도 못한 미제 통조림을 냅다 바쳤고  다소 말랐던 츄르는 머리를 처박고 정신없이 먹었다. 그리고... 츄르 곁에는 꿈뻑꿈뻑 졸고 있는 꿈뻑이가 있었는데 무심한듯해도 분명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아우라를 뿜는 어미였다.


어미? 아닐 수도? 했지만 츄르가 지 살자고 혼자 통조림 바닥을 다 핥아도 덤비지 않고 눈만 끔뻑거리고 있는 걸 보니 영락없다. 불쌍했던지 아내는 캔을 끌어다 어미 앞에 놔주니 그제야 얼른 쩝쩝 먹었지만 눈에 쌍불을 켠 츄르가 다시 달려드니 또 물러선다. 지 새끼 먹이겠다고.

아내를 보고 그저 웃어 주었다. 아내도 씁쓸히 미소 짓는다. 단념. 아쉽지... 어쩌겠어.



​아! 놀라운 사실. 츄르의 아빠를 알았다. 사천 해변의 맹주 '바다의 왕자'였다. 여름 성수기에 관광객들 자릿세로 당당히 츄르를 뜯어먹는다는 그놈. 그것도 절대 젊고 예쁜 미인들만 골라 앞장서서 편의점으로 끌고 가 츄르 판매대 앞에 선다는 그놈이었다.


(이 글은 남편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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