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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Mar 30. 2022

대학을 두 번 다닐 줄은..

진정한 나를 위한 공부.

18년 1월. 대한민국의 마지막 종착점인 대학을 졸업했다. 초등 6년, 중 고등 6년, 대학 4년. 무려 16년을 공부를 했다. 그 긴 세월 동안 행복한 적도 힘든 적도 많았지만 정작 돌아보면 내 인생에 기억될 만한 학교 생활은 딱히 없었다. 학교의 주가 되는 공부보다는 친구들이나 노는 것, 다른 사교 활동이 훨씬 재밌었기 때문이다.




졸업식에 꽃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친했던 동료들, 선배, 동생들과 인사를 하고 학사모를 던지려는 순간이 왔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나는 그동안 무엇을 공부하고 배웠을까?'. 막상 학교 생활이 끝난다고 하니 섭섭하기도 했고 허탈하기도 했다. 그러나 속이 시원한 감정이 더 크게 들었다. 왜냐하면 이제 나는 경제적인 측면과 삶의 측면 이 두 가지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사모를 던지면서 다짐했다. '다시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공부는 하지 않겠다고.'




 직장생활이 힘들었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훨씬 좋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누구의 구애와 허락도 받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 자체가 좋았다. 그렇게 나는 날개 달린 새처럼 자유롭게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혼자서 세상을 휘젓고 다녔다. 




 직장을 가진 후, 보낸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발적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원해서 스스로 한 일들이었다. 독서와 운동, 취미 생활 등을 하며 나의 삶은 정말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그러다 종교를 만나게 되었고 특히 불교라는 종교가 내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내가 다니는 정토회는 종교로서의 불교보다는, 수행으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내는 그런 삶의 실천적 측면에서의 불교다.  




 정토회에서 법륜스님의 법문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행복과 세상의 이치, 관계, 내가 괴로운 이유 등을 알아가면서 조금 더 많이 공부해보고 싶었다. 금강경, 붓다, 숫타니파타 등 공부하고 싶은 영역들이 계속 늘어갔다. 결국 나는 이번에 정토불교대학을 신청했고 다시 태어나도 대학은 안 다닌다고 말했던 내가 두 번째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난 그때 졸업식 때의 약속을 계속 지키며 이 자리까지 왔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내가 정말로 원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공부를 하려고 대학에 입학했다. 딱 10년 전, 20살때의 추억이 떠오르지만 그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은 천지차이다.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너무나 설레고 얼른 수업을 듣고 수행과 공부를 병행하고 싶은 마음이다.  공부를 통해 내가 좀 더 나은 삶으로 발전하고 나 스스로가 만족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겠다는 기대도 든다.





비록 6개월 과정이긴 하지만, 난 이 대학으로 또 변화할 것이다. 배움은 늘 나를 변화시키고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배움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행복과 삶도 배워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모른다. 결국 '무지'가 괴로움의 근본 원인이다.  어느 대학을 가는지, 어느 학원을 가는지, 누구한테 배우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 스스로 자발적이냐, 궁금하냐, 배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렇게 4월부터 나를 위한 진정한 공부를 시작한다. 새 출발은 늘 설렘 반 두려움 반이지만, 내 삶에서의 배움은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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