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후 Jan 21. 2024

요 몇일 좀 괴로웠습니다.

신세한탄

일주일 간 좀 괴로웠습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몇 자 적어봅니다. 




1. 기부금이 천만원 찍혔다.


연말정산을 보니 한 해동안 기부를 많이 했더라.

지금도 남을 돕는 삶이 가장 의미있는 삶이고 가치있는 삶이라는 것에는 변화 없다.

그런데 왜 일까? 뿌듯하지가 않다.



보통의 월급쟁이가 한 해동안 천만원을 기부했다는 것은 사실 내 수준에서는 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단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뿌듯함, 기쁨은 크게 없었다. 왜 일까?

물론 봉사도 많이 가고 올해는 정말 뿌듯한 해 인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난 스스로 나서기 보다는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생각에 치우쳐 살았다. 기부를 하는 삶만이 좋은 삶이라고.

자연스럽게 기부를 안 하는 삶은 나쁜 삶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생겼다.

기부금을 끊고 싶어도 "이걸 끊으면 나쁜 삶이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 생각은 좋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한 쪽으로 치우치면 그건 괴로움이 된다.

살면서 영원한 것이 어디있는가. 그러지 못한 순간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고, 삶은 어느 순간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기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잘못된 삶이라고 속으로 분별심을 지었다.

그러나 고작 1년 정도 기부를 열심히 한 내가 그런말을 할 자격이 될까?



또한 사람의 삶은 모두 각자 다르고 저마다의 삶이 있고 사정이 있다.

기부가 아니더라도, 다른 것으로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도 너무 많다.

그만큼 '기부'를 하는 것이 잘 사는 삶이라는, 내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또한 기부금이 온전히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쓰이는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

뉴스나 티비에 기부금 횡령을 한 뉴스를 몇 번 봐서 그런지, 왠만한 단체에는 믿음이 잘 가지 않는다.


 


기부를 하든 안 하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면 좋은 일이고 칭찬받을 일이지만, 안 한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남을 돕는 것은 정말 칭찬받고 잘한 일이다. 기부도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내 수준을 알고 내 분수에 맞게  해야한다.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 된다.



괴로움 해결 -> 웬만한 단체들의 기부를 종료하고, 믿을 만한 몇 곳만 기부를 하기로 했다.






2. 내 꼬라지가 이런 줄 몰랐다


꾸준히 나아가는 힘이 계속 부족하다. 계속 걸리고 넘어지는 것 같다.

하기 싫은 핑계를 대면서 맛있는거 먹고, 자고, 다른 것을 한다.

더 나은 삶을 사려고 세운 목표가, 오히려 내 삶을 망치고 있다. 그것도 스스로..

목표를 세우지 않았더라면, 그냥 괴로움은 없었을 듯하다.




내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구나, 하고 인정해버렸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이라도 해야 겠다. 왜냐하면 지금 현실의 '나'가 지금 이렇게 때문에.

인정하니까 편하다. 솔직히 잘 안된다. 걍 귀찮다. 그래 내가 이런놈이구나..하고 인정 ㅋㅋ


그냥 잠시 쉬는 걸로 하자.



괴로움 해결 => 컨디션이 회복될 때 까지 쉬자. 그리고 그때 다시 목표를 점검하자.




3. 막연한 미래가 계속 걱정이 된다.




가속화 되는 기후위기, 늘어가는 청년 자살율과 노인 빈곤, 자살율, 저출산 등 평소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는,

갈수록 부정적으로 가는 문제들에 기력이 빠진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보다는 어차피 해봤자 뭐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요즘이다.




과거도, 미래도 얽메이지 말고 오직 현재에 살아야 하는 것을 알지만,

막연한 미래에 대한 우울감, 불안감, 무기력이 동시에 찾아온 듯하다.

기후 우울 같은 것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다. 해도 안 될 것같은 무기력함 같은 것이 찾아온 듯하다.




마음이 부정적이고 스스로의 생각에 사로잡혀있으면

무슨 말을 듣고 무슨 애기를 해도 이 괴로움에서 벗어 날 수 없다. 내가 그랬던 것 같다.

결국 행복도, 불행도 오직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 극복해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 우울해 있으면 뭐가 바뀌나? , 남들이 어떻게 살든 나는 내 길을 가련다




4. 영원할 줄 알고 살았네. 영원한 건 없음에도.



운동하고 책 읽고 수행하며 스스로 관리하며 내 삶은 언제나 활기차고 기운이 넘쳤다.

무의식중에 이 건강한 삶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랬나 보다.

아픈 곳도 별로 없고 늘 건강하고 사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이것도 알고보니 집착이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병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좋겠지만, 삶이란 절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4일전 배가 갑자기 아프면서 머리도 아프기 시작했다.

뭘 잘못먹은 게 없는 것 같은데, 갑자기 밤근무 도중 컨디션이 안 좋기 시작하자

다음날 머리와 배가 심하게 아팠다. 특히 머리가 아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All stop.




병원에 가서 약을 타고 출근만 하고 집에서는 계속 누워만 있었다.

배가 아프니 아무것도 못 먹고 물만 마셨다. 힘은 빠지고 무기력해졌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그동안 아픈적이 잘 없던 내가, 갑자기 아프니 훨씬 더 큰 타격이 왔다.



왜냐하면 난 아프지 않은 것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사람이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아플 수 있구나. 나도 별것 아닌 존재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또한 아픈 사람에 대해 한 번더 생각하게 되었다. 아픈 사람은 치료 받고 위로받아야 마땅하다. 그게 무슨 병이든.

내가 직접 경험해봐야 타인을 더 많이,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괴로움 해결? => 아프고 안 아프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때 그때 내 마음가짐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건강에도 집착하지 말자. 사람은 언제나 아플 수 있다.


 



오만과 자만에 찼던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몇 주였다.

사람은 넘어져 봐야 정신을 차린다. 가끔 오는 이런 고통이 싫지는 않다.

스스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별 것 아닌 사람인 것을.

그 어디에도 얽메이지 말고 집착도 하지 말자. 부질 없다.

더 낮추고 겸손하며 당당하게 살아가야 겠다.



내 갈길을 꾸준히  한 발 한 발 걸어갈 수 있다면 감사할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피할 수 없는 길, 생로병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