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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파도 소리

by NanA

아침 해였다. 아니, 파도 소리였다. 어쩌면 새소리였나.


어제 새벽까지 야근했는데, 6시 42분이다. 그럼에도 몸을 일으켜 세운건 너무나 눈부신 파도 소리 때문이었다.

서울에서의 야근은 올림픽대로와 강변 북로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제주에서의 야근은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마지막을 수놓는다.

서울에서의 아침은 덜컹거리는 지하철 소리와 차가운 의자였다. 제주에서의 아침은 차마 눈을 뜰 수밖에 없는 눈부신 햇살이다.


이럴 때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러려고 그 어린 시절, 젊은을 도시에서 보냈나 보다. 이렇게나 다른 아침을 맞이하게 해 주려고, 그렇게나 바쁘고 차가운 도시를 열심히 살아가고 미련 없이 떠났다 보다.’


젊음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이 상반된 어느 아침일 줄이야.

이렇게 불현듯 기억이 떠오를때마다 도시를 그리워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곰곰히 왜 그 때 생각이 났을까 나에게 묻는다.

지금 그리운 건 그 때의 젊음인가.


아무도 없는 새벽 두 시쯤, 기어코 일을 마치고, 술도 한잔 걸치고, 어쨌든 회사에서 내주는 택시비 덕분에 가벼운 지갑은 얇아지지 않았고, 나는 기분이 뿌듯했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구나. 그리고 집에 가는구나. 그렇지만 나는 또 몇 시간이 되지 않아 다시 나서겠지. 그 반복적인 일상이 하나도 지겹지 않았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건 없단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 내 젊은, 열정, 지치지 않았던 그 하루하루는 영원할 것 같다.


지금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건, 그때의 그 열정이 기억나서일까. 아니면 이제는 몸에 배겨버린 어떤 신념 같은 걸까.


아침 해가 너무 찬란하고 아름답다. 자꾸만 어렸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열심히 보내길 잘했다. 42살의 어떤 날, 이런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 줄 몰랐겠지. 그냥 살다 보면 어딘가에 다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지금도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겠다. 지금껏 그래왔든 흘러가다 보면 어딘가에 있겠지.


오늘은 아침이 좀 추억 돋는다. 서귀포 바다를 보며 사는 사람의 행복이다. 쓸데없는 감성팔이는 언제나 소중하다.

2014년 새벽 도시의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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