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는 괜찮은 거야?
내가 결혼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야기 좀 해'였다
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 나 와 이야기 좀 해
- 너의 이야기 좀 해
사실 지금 생각하니 참 웃기다.
나는 흔히 말하는 말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졌는데
말 좀 하 라니
하지만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나는 저 말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이 느낀 내가 얼마나 답답한 사람인지.
그 사람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느껴져 나를 자책하며 나무라곤 했다.
모든 게 다 내 잘못처럼 느껴졌다
찬 바람이 불던 1월 어느 날 우리 둘이 같이 산지
6개월쯤이었다
처음으로 나는 엉엉 울면서
그에게 내 마음을 얘기했다
'제발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나 숨좀 쉬게 해 줘
그냥 다 내가 잘못했어 모든 게 다 내 잘못이야'
그는 충격을 받은 듯 한 표정으로 나를 안아줬다
자신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자 너무 무서웠다
그가 나에게 답답하다며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난 뒤 항상 하던 말이기 때문이다
저 말을 하고 난 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말이나, 행동이 나오지 않으면 전보다 더 큰 상처를 줬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두 손을 싹싹 빌면서 부탁했다
'제발 미안하다고 하지 말아 줘 그냥 다 내 잘못이니까'
항상 듣던 답이 아니어서였는지, 내 이런 행동들이 충격이었는지
그도 함께 울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 이후로 두 번다시
서로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는 일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참 가정적이었다.
가정적인 것에 걸맞게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가정적인 아내를 원했고
서툴지만 우리 둘이 부모로서 책임을 다 할 우리를 닮은 아이들도 원했다
나 역시도 행복한 가정을 원했기 때문에
우리 둘은 빠르게 결혼이란 결과물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우리가 대화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일이 생기면 우리는 밤새 서로 이야기를 하며 의견을 맞춰가기도 했다
그 속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새로운 생각의 형태를 알아가기도 했다
어느 순간인지 모르지만 내가 말이 없어졌던 건
평생을 억압받아오며 살았던, 내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못했던 내가
누군가에게 평생의 노력으로 다이어트를 했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래의 것으로 돌아가려는 '요요'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침묵의 요요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요요는 나도 모르는 사이 찾아온다.
요요가 오기 전 평소보다 두 배 세배의 노력을 하면 이겨 낼 수 있지만
'눈 딱 감고 이번 한 번만...' 이란 생각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그 유혹을 이기기 어려웠다.
내 침묵 한 번이 우리의 싸움을 쉽게 사그라들게 만든 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도 알았다. 내 침묵 한 번이 얼마나 우리가 틀림을 말해주는지를..
그는 외로웠고 나는 눌러 담았다
사랑하면서 행복했고 함께하기에 좋았지만
그의 말처럼 우린 참 많이 달랐다
우리가 마지막이 된 그 만남 속에서도
나는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사실은 많이 무섭고 두려웠다
그를 사랑하고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그가 잡힐까 봐 무서웠다
그때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나에게 처음 생긴 '우리'라는 가족의 울타리를 깨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한 편으론 그 울타리가 무너져 내리길 바라고 있었다
이혼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난 뒤
두 달 동안 나는 생각정리를 하지 못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어떤 결과를 도출하고 싶은 건지
내가 결과를 내리지 못하고
그저 내 감정의 주파수가 무엇인지 맞춰가는 동안
그는 차근차근 소송을 준비했다.
그리고, 어제 그의 변호사가 나에게 소장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우린 이혼소송을 하기로 했다
나의 소식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물어본다
'괜찮아? 많이 힘들지 얘기 좀 해봐 '
심지어 가족들 조차 나에게
'괜찮아? 밥 먹었어? 오늘은 기분이 좀 어때? 어떤지 이야기 좀 해봐 ' 라며 물어본다
그때마다 나의 답은 한 가지다 [침묵]
글쎄. 모르겠다 나는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