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끄덕임 Jan 07. 2022

내가 원하는 것 네가 원하는 것

다름의 차이

남편과 나의 첫 헤어짐은 사귄 지

일주일 정도 됐을 무렵이었다

남편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와 내가 다르고,

사람은 바뀌지 않으니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남편이 말한 이별의 이유는

소통하지 않은 채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론이 났던 것이고

충분히 조율 가능했던 부분이었으니까


그래도 그땐 남편에 대한 의견을 존중해주고

남편에게 행복을 빌어주며

좋은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만큼 그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기도 했으니까


그 모습에 남편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사람은 변하지 않아' '조율은 무슨' 이였던 사람이

내가 그런 태도로 나오니

무언가 한 대 맞은 기분이라면서

그날 집 앞으로 꽃을 사 가지고 왔다

그렇게 첫 번째 이별이 무효가 됐다


그 이후로도 거짓말 살짝 보태

남편과 100번의 헤어짐의 위기가 있었다

헤어짐을 말하는 것은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남편 쪽이었다

남편이 무언가에 마음이 쓰여 헤어짐을 이야기하면

나는 남편에게 '괜찮아, 사랑해'라고 이야기해주며

남편의 불안함을 잠재워주었다


결국 우린 결혼을 하게 됐고

남편은 그때도 '나는 못 믿지만 너를 믿어' 라며

아낌없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고마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 믿음의 무게가 조금은 무거웠기도 했다

'사실 나 역시도 온전하지 못한 사람인데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걸까?...'

그런 생각으로 남편이 흔들리지 않게

계속해서 나의 불안함과 힘듬을 숨길수밖에 없었다


고지식한 나와, 선비 같은 남편

우리 둘은 다르면서도 같았다

분명히 마음이 통하는 곳에서는

'이러니까 부부지'라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달랐던 것은

원하는 것의 기준이었고

그것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근본과도 같았다


내 남편은 주는 거에 있어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그에 반면 나는 주고받는 것을 좋아했다

상대가 내가 원하는 만큼 채워주지 않아도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을 느끼곤 했다


이따금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

'언제 내가 해달라고 했어? 네가 원해서 한 거잖아'

그러면 나는 서운한 마음이 들어

남편에게 더 툴툴거리곤 했다

내가 그에게 선물을 줄 때마다 그는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 것 말고 내가 원하는 걸 해줘'

사실 내 입장에선 그가 원하는 것도 잘 맞춰준다

생각했기에 왜 그럴까 참 많이 속상했던 것 같다


남편이 원하는 건 사실 간단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중요해, 서로 같이 있고 싶어'

가정적인 삶을 살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서로가 생각하는 상대를 위하는 게 달랐고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포인트가 달랐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 같았던 게 있다면

서로 행복하고 싶었고, 사랑했으며

남편과 나는 가정을 위해 노력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방식이 정답인 줄 알았기에

한 행동들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린 서로를 위해 충분히

노력했고, 사랑했으며, 희생했다


누군가는 얘기한다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다고

분명 최선을 다 했는데..

왜 나는 후회가 남는 걸까?



나는 도대체 무슨 마음인 걸까?



작가의 이전글 괜찮은 거야? 이야기 좀 해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