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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쎈쓰 ssence Jun 23. 2016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

우리 모두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천재인데 부자이기까지 한 10대 소년 레지. 줄리어드 음대에 붙을만한 실력은 있지만 돈이 없어서 못 간 흔한 20대의 초상엘레노어. 그 둘의 어색한 조합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뜻밖의 만남에서 이별까지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인다.

 


엘레노어의 남자 친구인 데니스(밴드 '그린데이' 보컬과 기타를 치는 빌리 조 암스트롱)는 그녀를 무관심 속에 방치해 버린다.  이에 지친 그녀는 결국 그와 같이 살던 집에서 나오게 된다. 그런 그녀를 붙잡고자 직장에도 찾아와서 돌아오라고 간청하지만 돌아오는 건 쓰디쓴 홀대뿐이다. 결국 데니스의 진상 짓들로 인해 엘레노어마저 직장에서 잘리는 피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레지는 어머니, 바바라의 과잉보호에 질려있다. 어마 무시하게 많은 돈을 과시하는 바바라는 이를 제대로 활용 못하는 레지가 오히려 얄밉게만 느껴진다. 차도 있고 기사도 고용한 상황에 무거운 첼로를 들고 걸어 다니는 레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나무라기만 한다.



대조되는 레지와 엘레노어의 접촉점은 결핍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여린 소년이지만, 그런 그의 천재성을 자랑하기에만 급급했던 엄마. 그녀 밑에서 진정한 관심도 사랑도 못 받고 자라온 레지. 태어나자마자 글도 읽고 숫자도 잘 세지만 그가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사담을 나눌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은 건 엘레노어뿐이다. 그녀에게만큼은 동질감을 느낀다. 어려서부터 가난했지만 아버지의 애정을 받고 자랐던 엘레노어.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그의 동생을 집에 들인 어머니. 이에 신물 나서 떠난 엘레노어지만 결국 다시 돌아갈 곳은 그런 집뿐이라는 것이 그녀를 더 처참하게 만든다. 그들은 어쩌면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결핍을 경험했다. 고로, 그들이 서로를 동등한 관계로 놓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린아이라고 무시하기보다는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는 엘레노어. 그런 그녀에게만큼은 마음을 열어주는 레지. 이런 모습은 감독이 카메라에 담은 앵글에서 넌지시 비춰준다. 특히 둘이 대화하는 대다수의 장면서 그들은 항상 나란히 평행선을 이루기 때문이다.



레지만 엘레노어를 동정하는 것은 아니다. 엘레노어 또한 허울만 멀쩡한 곳에서 외로이 지내야 하는 순수 천재 소년 레지가 10대같이 뛰어놀지 않고, 선비처럼 앉아서 책만 읽는 것에 대해 불쌍하게 여긴다. 어쩌면 가장 솔직해야 할 나이에 어른을 다룰 줄 아는 레지는 세상 이치를 너무 일찍 깨달았다. 캠프가 가기 싫다고 칭얼대기보다는 캠프 관계자와 암묵적 거래를 할 줄 알고 친구와 체스를 두는 비범한 아이. 그러나 내심 그의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그를 잘 알아주는 엘레노어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그는 아직은 어린 소년이다.



어른들이 레지를 대하는 태도는 두 가지뿐이었다. 바바라, 즉, 그의 어머니와 그 외 어른들. 어머니는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해 권위주의적이기에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보다는 좀 더 수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진심으로 관심 가져 준 사람이 없었음을 증명해 보이기도 한다. 그 외 사람들로 언급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바라가 고용한 라틴계 하녀들 뿐이기에 레지의 말에 좀 더 수동적이다. 그래서 레지의 세계에서 엘레노어는 '좀 다른 어른'이다.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유모'라기보다는 '친구'로 더 크게 작용된다.



엘레노어가 '사랑'이라는 단어에 불신을 표했을 때 레지는 오히려 성을 낸다. 그는 사랑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를 꾸준히 언급한다. 그가 작곡을 하고 첼로를 켤 때 잠시나마 이러한 애정의 결핍을 해소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사용한다. 그래서 그는 엘레노어가 왔을 때 첼로도 음악도 그만하게 된다. 하지만, 엘레노어가 한 때 코넷을 불었었고, 이를 했다는 사실에 그는 기뻐하며 자신의 곡에 코넷 부분을 넣기로 다짐한다. 그러고 서로는 떨어지면서 약속한다. 레지는 첼로를 엘레노어는 코넷을 다시 하기로 말이다. 그렇게 둘은 헤어지고 또 서로의 빈자리를 예전처럼 그대로 음악으로 대체한다.  


처음과 끝을 같은 배경음악으로 시작한다. 영화 제목 그대로 Like Sunday, Like Rain인 이 곡은 그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면서 동시에 서로를 이어주는 오작교이기도 하다. 처음과 달리 마지막에 코넷이 들어가면서 동시에 둘의 마음을 이어준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필자는 평소 미국 드라마인 '가십걸'에서 '블레어로 잘 알려진 Leighton Meester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블레어의 화려했던 모습을 버리고 좀 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엘레노어 역에 걸맞은 연기로 잘 담아주었다. 물론 Like Sunday, Like Rain으로 데뷔한 Julian Shatkin의 맹활약을 빼놓을 수는 없다. 이 둘이었기에 영화 속 배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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