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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이 Dec 10. 2019

[엄마편]아이의 난청을 확진받기까지

6개월간의 긴 여정 

출산, 첫 번째 청력 선별검사

출산 후 퇴원하는 날 퇴원교육을 위해 수유실로 모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산모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함께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는 신생아실에서 진행한 예방접종과 검사의 결과가 기록된 산모수첩을 나누어 주었다. 수첩을 훑어보았다. 무언가 한 검사의 결과에 왼쪽 오른쪽 양쪽 다 refer라고 적혀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청력 선별검사를 실시한 결과이고 신생아의 경우에는 양수가 다 마르지 않아 재검이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이후에 재검을 받으면 된다' 아 그렇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냥 검사를 다시 받으면 모두가 다 통과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2주 뒤 두 번째 청력 선별검사 

2주간의 조리원 퇴원 날 재검을 하러 다시 병원을 찾았다. 아이가 잠이 들어야 할 수 있는 검사여서 재우려 했지만 대 실패. 몇 시간 동안 얼르고 달랜끝에 겨우 잠이 들었으나 검사실 종료. 한 주 뒤 다시 검사를 받기로 했다.


1주 뒤 세 번째 청력 선별검사, 일반의 진료

다행히 이번에는 검사 성공. 검사 후 결과를 보러 진료실로 갔다. 선생님은 양쪽 귀를 들여다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왼쪽은 패스이나 오른쪽이 다시 재검이 나왔다고.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때까지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검사 중 준이가 뒤척여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3개월 뒤 첫 번째 정밀검사, 특진교수 진료

백일 즈음 첫 번째 청력 정밀검사를 받게 되었다. 정밀검사는 선별검사와는 달리 포크랄이라는 수면유도제를 먹이고 검사를 진행하는데 이 약은 겨자를 퍼먹는 맛 같다고 한다. 그래서 약을 먹일 때 아이들이 숨이 넘어가게 운다. 그래서 부모와 한 명의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를 꽉 붙잡고 그사이 다른 분이 아이의 입에 약을 말 그대로 밀어 넣는다. 그래서 부모들이 많이 마음 아파한다. 준이도 예외 없이 꺼이꺼이 울었다. 두 번 먹일 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주 뒤 진료를 보았다. '검사 결과는 중도 난청의 수치이나 아직 아이가 어려 6개월 즈음 다시 검사해봅시다' 중도 난청? 난청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때렸다.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머릿속이 꽉 찼는데 텅 빈 느낌 같았다. 그렇지만 아직 아이가 어리니 6개월에 다시 검사하자는 말이 또다시 희망을 주었다. 다음 검사를 위한 3개월의 시간 동안 뭔지 모를 불안감을 외면하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잊고 지냈다.


6개월 즈음 두 번째 정밀검사와 진료

포크랄을 또다시 먹이고(그런데 이번엔 울지 않았다. 신기방기) 검사를 했고 한주 뒤 진료를 보았다. 교수님은 결과를 살펴보시고는 양쪽 귀를 들여다보셨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정말로 위로 섞인 제스처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중도 난청에 해당됩니다. 돌 즈음 다시 검사를 해보고 결과를 보겠지만 일단 보청기는 착용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더불어 중도 난청은 일상적인 대화는 들을 수 있지만 주파수에 따라 누락되는 발음이 있을 수 있고, 작은 소리, 여러 가지 소음이 있는 곳에서의 대화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말을 배워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을 위해서는 보청기를 착용하라고 하셨다. '아 그렇군요' 의연한 척 대답을 하고 나왔다. 나는 아무 말이 없이 걸었고, 아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거 같기에 눈을 크게 뜨고 눈물을 삼켰다. 카시트에 아이를 태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꺼이꺼이 울었다. 집에 가는 내내 계속 눈물이 났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니 계속 눈물이 나오길래 그냥 울었다. 그리고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잠에 들었다.


그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다. 충분히 울었는지 더는 울고 싶지 않았고, 이제 정신 차리자고 생각했다. 남편은 일찍 일어나 난청에 대한 정보를 검색 중이었다. 그렇게 초보 엄마의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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