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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 MeMo Mar 03. 2022

뽜이야~

족을 꿈꾸시나요? 이 글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벌써 삼월이다. 2022년에 들어오며 한국 나이로 앞의 자리가 바뀐 나는 반대 방향으로 줄어가는 통장 잔고의 앞자리 수만큼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잠재우려 지원할 수 있는 예술인 지원사업과 지원금 신청은 할 수 있는 대로 다 하고, 그 마저도 떨어질까 초조해져 생활자금을 미리 융자를 신청했다. 그리고 또 그 마저도 반려당할까 서울시에서 양산해 내는 단기 계약직을 이것저것 지원하고, 면접을 보고 합격해서 한 숨 돌리고 보니 한 분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참... 시간은 쏜살같고 나는 제자리인 느낌이 짙어지니 들이키는 술맛 만이 꿀맛이다. 크으아.


   몇 년 전부터 눈에도 안 들이던 로또를 간간히 사게 된다. 일확천금의 꿈이 살다 보니 어느새 내 팔짱을 꼈더라. 가끔 나는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할까 상상도 해본다. 에이. 그래도 꽁으로 생기는 돈은 찝찝하지. 그건 그냥 어머니하고 누나한테 다 주자! 하다가 '아니야... 좀만 남기는 게 좋겠지... 30%만 남길까..' 하는 헛된 상상도 해 본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점점 노동을 통해 삶을 꾸려가기가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평생 돈을 벌어도 내 몸 맘 편히 뉘일 작은 공간 하나 갖는 게 이제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되고 있으니까. 


   이런 시대적인 상황에서 내 주변의 대부분은 파이어족을 꿈꾼다. 일이나 투자행위를 하지 않아도 죽을 때까지 경제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자산을 49세 이전에 모은 사람. 음... 로또 1등보다 좋게 들린다. 저 조건을 맞추려면 아마 번개를 맞을 일보다 더 낮은 확률로 나를 찾아올 상금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내 얕은 금융 상식으로는 건물주 말고는 답이 없거든. 그리고 파이어족은 세계경제가 지금처럼 성장 추구의 사회가 안정적으로 굴러가야지만 존재할 수 있다. 나처럼 탈성장사회가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한테 이토록 안 맞는 옷이 있을까.


   어떻게 파이어족이 될 건가를 고민해 볼까 하다가 조기 은퇴를 하면 과연 무엇을 할까를 생각해보았다. 지금 자신에게 경제적인 아무런 제약이 없고 내 부모 형제도 돈 걱정이 없는 홀가분한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뭘 할까?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경제활동 없이 작업적으로 나를 발전시키는 것. 돈의 여유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외줄에 있는 기분으로 돈을 벌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한다. 안 그러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거든.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불안감과 자괴감은 무의식적으로 나보다 경제적이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안정적인 그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는 비참함을 땔깜 삼아 계속 불타고 있기 때문이리라. 


   모든 소비는 감정에서부터 나오고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꾸준한 절약과 미니멀리즘의 실천이라고 했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은 내 마음의 안정에서부터 나온다. 버릴 건 버리고 나를 바라보는 노력이 아직은 게으른 요즘이다.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서 창작활동과는 관계없는 일을 골라서 덜컥 붙어버렸는데 첫 출근부터 좀 기분이 싸하다. 왜냐하면 직무교육을 받았는데 간간히 전혀 모르는 용어들이 나와서 좀 당황했거든. 다시 불안해진다. 요럴 때는 비건 육포에 칭다오를 마셔야겠지만 오늘은 '베러 댄 알코올'을 추구하고 싶어서 우엉차를 마시련다. 파이어족이든 땅거지든 일단 건강하게 살 생각이니까. 영(?) 앤 리치든 파이어족이든 병 걸리면 아무 소용없다. 하고 싶은 작업들은 죽을 때까지 다 못할 정도로 쌓여가고 다 하려면 꼭 무병장수해야 한다. 모든 것은 그러기 위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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